말 그대로 경악에 사로잡혀 있다. 사용된 단어 하나 하나에서 느껴질 정도다. “서방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정도는 비교적 점잖은 표현이다. “나치가 팔레스타인을 장악했다.” 미국의 한 보수언론의 반응으로, 불편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테러단체다.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평화협상을 줄곧 반대해 왔다.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유대인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만 학살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이슬람의 정의라는 거다.
단지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박멸을 위해 끊임없이 테러를 가해왔다. 무장봉기에, 납치에, 자살폭탄 공격에. 이 극렬 테러단체 하마스(HAMAS)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서방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도 그렇다. 서방측으로서는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선출된 것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자.” 그는 서슴지 않는 이슬람 원리주의 행보로 서방을 경악케 하고 있다.
중동지역을 진원지로 잇달아 전해지는 충격파다. 그 충격파의 발생빈도가 최근 들어 부쩍 가팔라지면서 한 방향을 향해 치닫는 것 같다. 어떤 방향일까. “또 한 차례 세계전쟁으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의 전망이다.
세계는 이미 에너지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이 경제적 파워로 부상하면서 나온 지적이다. 석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원은 고갈돼 간다. 그러므로 저마다 에너지 확보에 혈안이다. 이 상황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남성인구가 과잉상태를 맞고 있다. 이란이 그 대표적 케이스다. 25세 미만의 남성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무엇을 뜻하나. 그 사회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전쟁을 할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교 아랍권 전체의 보편적 현상이다.
반면 유럽은 자칫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때문이다. 지역간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이 같은 인구동향이 또 하나의 불씨로 지적된다.
종교적 근본주의의 확산이 또 하나의 위험 요소다. 그 움직임은 지난 70년대, 그러니까 한 세대 전에 태동됐다. 그 한 고비가 시아파 근본주의자들의 미 대사관 점령사태다. 이후 아랍의 정서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대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나름의 세계화를 추구한다. 회교 원리주의에 입각한 세계 공동체 건립이다. 그 이데올로기는 반(反)서방이다. 반(反)시장경제에, 반(反)유대주의다. 이 공동체 건설을 위해서 지하드란 이름으로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 나치와 공산 전체주의를 닮았다.
자살폭탄 공격으로 대별되는 테러가 그 주 수단이었다. 거기에 한 가지가 첨가될 가능성이 크다.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공격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유대인들이 꾸며낸 신화다. 이 유대인들이야말로 말살되어야 한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핵무기 개발을 공언하고, 또 형제 회교 국가들과의 핵기술 공유를 주창한다. 회교 테러집단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테러 후원국가에게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 곧바로 나온 반응이다. 부시가 아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서서 비난해온 시라크 말이다.
프랑스도 이란의 핵개발 발언을 상당히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이란에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남부를 잇는 광대한 ‘시아파 제국건설’을 염두에 둔 핵무기개발로 파악한 것이다.
말하자면 원리주의 회교 신정(神政)주의 체제가 핵무장을 하고, 나아가 세계의 유전지대를 장악한다. 이런 상황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서방이 어떤 구체적 행동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이렇다. “… 결국에 가서 미국은 마지못해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될 것이다.”
이란의 핵무장은 정치가 아닌 이데올로기의 문제다. 그러므로 외교적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거기다가 이란의 핵보유는 석유시대, 더 나아가 ‘서방에 의한 세계질서’의 끝장을 의미한다. 이런 진단과 함께 서방세 계에서 점차 확산돼 가고 있는 전망이다.
“… 2001년 9월11일에 비극의 제 3막은 이미 시작됐다. 이 비극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계속 이어질 것이다.” 누가 한 말이던가. 종교적 희열에 들떠 ‘하마스’를 연호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과 함께 떠올려지는 구절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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