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로 기억된다. 포린 디플로머시란 시사잡지가 이색적인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공식적 10대 뉴스가 아니다. 관심을 덜 끈 뉴스들이다. 그렇지만 주목해야 할 뉴스들을 따로 모아 열거한 것이다. 유가 동향이 그 중 하나였다. 김정일의 권력세습도 끼여 있었고.
그 기준은 이랬다. 톱뉴스가 되기에는 아직 함량미달이다. 그렇지만 사태진전에 따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뉴스들이다.
올 초, 그러니까 2006년 1월5일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은 교황청 인사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종교가 주 내용이었다. 자연 별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일반 언론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방송을 통해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발언이 전해졌다.
‘이슬람은 그 종교의 성격상 개혁이 가능하지 않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이다. 이 발언을 일부에서는 지진으로 비유했다.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슬람을 빼고는 오늘날 세계 정치를 말할 수 없다. 이슬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다. 이 이슬람에 대해 로마 가톨릭의 수장의 입장을 비교적 솔직히 밝힌 것이다.
그 발언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나. ‘테러전쟁’이란 이름으로 치러지고 있는 세계전쟁이. 그 전쟁의 성격을 교황이 사실상 규정지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이 남긴 폐허에서 이슬람 민주체제를 일으킨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이다. 다수가 된 이라크의 시아파는 종교적 다원주의를 허용할 것이다. 이 믿음을 가지고 수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 이라크 민주화이고, 중동 민주화 정책이다.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이슬람이란 말은 극력 피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테러전쟁’(War on Terror)이라고 불렀다. 교황의 발언은 그 전제를 반박한 셈이다.
이슬람은 개혁이 불가능하다. 이 말의 함의는 다름이 아니다. 테러전쟁은 사실에 있어 이슬람과의 전쟁이고 결국은 ‘문명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점을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점차 많은 전문가들은 그런 측면에서 테러전쟁을 보고 있다.
“전 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보자. 이슬람과 유대교의 싸움. 팔레스타인 사태다. 카시미르에서는 이슬람과 힌두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태국에서는 이슬람과 불교가, 코카서스에서는 이슬람과 러시아가, 그리고 발리에서는 이슬람과 관광객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슬람미스트의 테러는 전 세계적인 것이고, 테러전쟁은 사실에 있어 이슬람과의 전쟁이다.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9.11 사태 이후의 국제질서를 ‘문명세력 대 테러세력’으로 양분해서 본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서방 기독교 문명 대 이슬람 문명의 충돌 양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가장 불확실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게 유럽이다. 문명은 타살되는 게 아니다. 자살을 택함으로써 스스로 소멸된다. 토인비의 지적이다. 오늘날 유럽의 상황이 그렇다는 거다. 테러전쟁을 문명전쟁으로 바라볼 때 그 징후는 더욱 뚜렷이 보인다는 얘기다.
인구동향이 우선 그렇다. 1970년대 유럽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했다. 이슬람권 인구는 15% 정도. 2000년대 들어 유럽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이슬람권 인구도 20% 정도다.
한 세대 동안 두 문명권 인구는 동수를 이루었다. 그러면 오는 2020년께는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유럽 인구는 급속도로 줄고 있고, 이슬람권 인구는 급증하고 있으니까. 이슬람화한 유럽의 출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일본도 비슷한 인구 동향이다.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러면 그 빈자리를 필리핀인 등 동남아계가 메웠을 때 일본은 여전히 경제적 파워로 남게 될까. 답은 예스다. 다원주의의 민주적 가치관이 계속 존중되는 사회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일 인구의 반 이상이 이슬람권으로 채워졌을 때는. 그 답은 노우다. 인구의 이슬람화는 정치의 이슬람화를 가져온다. 개혁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 이슬람은 다원주의의 민주화 가치를 배격한다. 독일의 번영은 때문에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요약하면 서방은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는 거다. 교황의 발언은 그 죽어 가는 유럽 기독교 문명에 대한 ‘웨이크-업 콜’이다. 이 점에서 지진에 비유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부터 너무 어두운 전망인가.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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