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농무부 선임 경제담당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에 은퇴를 하고 워싱턴 DC를 떠나 남가주로 이사를 왔다. 지난 한해 이 곳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한인사회에, 특히 대학에 재학하는 2세들 대화 중에, 앞으로 대학 졸업 후 미국 공무원이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이나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섭섭한 감이 든다.
한번은 내가 다니던 교회 청년부 대표에게, 기회를 주면 연방정부 일자리를 어떻게 구하는가에 대한 세미나를 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 곳의 2세들은 워싱턴 DC까지 가서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갔다며 이야기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또 한번은 이 곳으로 이사온 후 객원교수로 가르치던 일본계 학교인 소카대학에서 학생 상담센터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연방정부 취직에 관한 세미나를 하였다. 그런데 참석자가 겨우 7명인데다 찾아온 학생들이 거의 시민권이 없는 학생들이라 별로 성과가 없었다. 일본계 학교라 외국 학생이 많다 보니 시민권 없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연방정부 공무원은 미국시민권이 있어야 된다.
나는 1세 학부모들이 2세 자녀들에게 미국 공무원으로 직업을 찾도록 장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2세들은 한글을 잘 읽지 못할 터이니까 학부형들을 통해서라도 장려하고 싶다.
물론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게 취직의 목적이라면 연방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공무원으로 지내고 은퇴하고 보니 연방정부 공무원직이 괜찮다 싶어 장려하고 싶다. 미국 공무원 생활을 하면 미국을 대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출장도 많이 다니고 미국 정책에 따른 여러 가지 연구 조사도 하고 내가 한 일들이 미국을 움직이는 정책 결정자들에 의해 쓰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일하는 보람이 있고 또 재미나는 일들도 많다. 더욱이 이제 은퇴하고 보니 연방정부 공무원의 은퇴 연금이나 의료 보험이 어느 사설기관 못지 않게 좋다는 느낌도 든다.
연방정부에 들어가 보면 우선 백인이 소수이고 소수민족들 중 제일 많은 그룹은 유대인이다. 물론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미국에 왔으니 정부에도 많은 유대인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다 주목할 것은 먼저 들어간 선배 유대인들이 후배들이 들어오도록 장려하고 길을 열어주는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 한인 2세들 중에도 연방정부에 들어가 그 곳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유대인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더 많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일하다 보면 미국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고 하는 일들에 보람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섭섭한 것은 내가 30년 넘게 근무하고 은퇴하는 동안 단 한 명의 한인 2세도 내가 일하는 부서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구인 광고를 했는데 중국계나 일본계 2세들이 취업 원서를 내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우리 한인 2세들의 구직 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연방정부에 취직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는 인내가 필요하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야 된다. 또 연방정부 공무원직은 오랜 세월을 두고 꾸준히, 열심히 일해야 된다. 특히 경제학을 공부했거나 법학, 정보 테크놀러지를 공부했으면 일자리 구하기가 무척 쉽지만 그 외 딴 전공도 필요한 게 연방정부이다. 따라서 한인 자녀들이 좀 더 연방정부 취직에 관심을 두기 바라며 1세 부모들이 장려해 주었으면 한다.
일자리를 구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되는 것이 서류작성인데 관심 있는 2세들은 우선 웹사이트(www.opm.gov)에 들어가 어떤 부서에서 사람을 뽑는지를 살펴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야 된다.
끝으로 연방정부는 대학생을 상대로(주로 3학년이나 4학년) 여름 인터십 프로그램 희망자를 무척 많이 채용하는데 내년 여름에 일할 용의가 있으면 지금 빨리 원서를 내야 되며 자기 구역 출신 연방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 사무실에 문의하는 것도 좋다. 대체로 내년 여름 인턴 채용은 내년 2월이면 다 끝난다.
이진국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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