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지금은 성탄절을 축하하는 기쁨의 절기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왜 그런지 우울해 보인다. ‘징글벨’ 소리와 ‘기쁘다 구세주’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백화점에도 사람들이 선물을 사느라 들락날락 분주하지만 어딘가가 표정이 옛날 같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인 각 교회들은 이 계절에 더 많은 구제, 봉사, 이웃사랑에 열중하지만 한편에서는 예산, 인선 문제로 골치 아프고 시끄러운 곳들이 적지 않다. 이 시기는 어느 때보다도 기독교인이든, 비 교인이든 예수 그리스도의 참사랑과 가르침을 한번
쯤은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혼탁하고 너무나 어지럽고, 너무나 어두운 것 투성이다. 그래서 웃을 일이 거의 없고 매사가 그저 짜증나고 골치 아프고 주변에서 돌아가는 일이 대체로 어두움과 고달픔, 그리고 괴로움과 아픔으로 점철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소망, 기쁨의 의미가 담겨있는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위로 받고 무엇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가질 것인가.
돈으로? 아니면 직업 혹은 명예? 그렇지 않으면 건강인가, 자녀인가? 이 시대는 참으로 위로가 필요한 만큼 어지러운 시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딘가에 위로 받을 곳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나 도박, 술 같은 엉뚱한 곳에서 위로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가정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위로를 받고자 애를 쓴다. 우리 사회는 외부적인 여건 외에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마음이 상한 자를 많이 양산하고 있다. 경제력은 급성장하고 고 학력자가 많이 있음에도 우리는 서로 서로 용기를 주기보다는 서로간에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소망이 분명하면 위로 받고 또 인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고난이 고난으로 끝나고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일에 대한 기약과 확신이 없는 사람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고통이나 인내를 감수하지 못한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이나 국가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내일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지금의 한국이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다. 최근들어 쏟아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에 대한 의문은 한국이 줄기세포의 허브로 등장할 기대와 그리고 특히 난치병 환자들의 기대로 가득했던 꿈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줄기세포’란 말은 그동안 한국의 미래를 여는 단어였고 수많은 장애자들의 기대를 불러모은 희망 자체였다. 그래서 줄기세포는 한국의 미래요, 꿈이요. 비전이었다. 그런데 그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니. 이제 한국의 국민들과 이를 그동안 가슴 벅차게 바라보던 200만 해외 교포들은 너무도 실망하여 한편에서는 허탈감과 충격, 그리고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가 이들에게 잃어버린 미래의 소망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누가 과연 이 엄청난 상처를 딛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약속할 수 있을까.
지금 한국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있느냐, 없느냐로 공방이 치열하고 그 실체가 엎어졌다, 바로 됐다, 또 항간에서는 잘했느냐, 못했느냐로 온 나라가 야단이다. 이것은 참으로 엄청난 문제이다. 이 사건은 현재 그 과정과 결과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으니 곧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든, 저렇든 그 상처는 매우 클 것이다. 의혹과 불신으로 한동안 나라전체가 난리였으니 무엇보다도 국가와 한국과학계의 수치요, 부끄러움이요, 세계적인 망신임에는 틀림없다.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희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나온 폭탄과 같은 부패상은 많이 있었으나 진실을 모토로 하는 과학계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지금이라도 황우석 박사와 관계자들은 정직하게 진실을 밝혀야 허탈해진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의 마음이 그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이 사건이 하루속히 밝혀져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또 용서받을 일이 있으면 용서하고, 위로 받을 일이 있으면 위로 받고 해서 황우석 박사, 그리고 관계연구원들, 이를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응원을 보냈던 국민들 사이에 사랑과 용서, 믿음의 회복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그런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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