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 연휴가 아직도 나른함으로 남아 있다.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지만 암울하기 짝이 없다. 또 폭탄자살공격이다. 수십명의 이라크인이 희생됐다. 처절한 절망의 몸부림이다. 벌써 몇 년째인가. 보다 근원적 질문이 동시에 떠올려진다. 왜 하나님은 중동사태를 허용했을까.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알게 하려고…. 절대자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는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해 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 같은 비극을 허용하셨다. 한 성직자의 말이다.
‘불멸의 꽃’으로 불린다. 남미가 원산지인 베고니아과의 다년생이다. 1988년인가. 일본의 한 원예가가 이 꽃을 김정일에게 기증했다. 그 후 이 꽃은 김정일의 생일 때마다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김정일화(花)’란 이름이 붙었기 때문이다.
온갖 찬양이 이 꽃을 향해 쏟아진다. ‘… 이 강산에 붉게 붉게 피어난 꽃송이, 아! 붉고 붉은 충성의 김정일화, 송이송이 어려 있네…’
이 꽃만을 재배하기 위해 초특급 온실이 최근에만 110개가 지어졌다. 한 겨울에도 후끈할 정도의 기온이 유지되도록. 그리고 각 기관마다 이 꽃을 경쟁적으로 키운다. 겨우내 심혈을 기울여 아름답게 피워냈을 때 상응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62세 생일을 전후해 전해진 얘기다. 가히 초현실적이다. 사람들은 못 먹어 피골이 상접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진 성대한 생일잔치이고, 그 ‘김정일화’를 피워내기 위해 북한체제가 총동원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또 보도가 전해진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이은 3대 권력세습 이야기다.
올 연초엔가 나온 보도는 김일성이 생전에 이런 발언을 했다는 거다. ‘내가 성스러운 과업을 다하지 못하면 대를 이어 아들이 하고 아들이 못하면 손자 대에 가서라도 해야 한다’- 여기서 ‘수령 유훈 관철론’이 거론되더니 어느덧 권력세습론으로 발전됐다.
그리고는 한동안 뜸했었다. 그러더니 다시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이다. 정남. 정철. 정운. 김정일의 세 아들이 권력세습의 후보로 언급된다. 누가 가장 유력한가.
둘째인 정철이다. 스물네살이라고 했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고 농구를 특히 좋아해 최근 지어진 북한 내 농구코트는 모두 김정철의 영도아래 건설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0월말 중국의 후진타오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정철이 만찬에 등장했다. 슈피겔지 보도다. 중국으로부터 후계자 추인을 받는 행사가 이 만찬이었다는 말이다. 이후 나오는 보도는 서른네살 난 장남은 후계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왜 둘째 정철인가. 그의 어머니 고영희의 간절한 생전 소원이었다고 한다. 배가 다른 장남, 정남이 권력을 세습하면 자신의 두 아들, 정철과 정운의 운명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온 힘을 기울였고 결국은 황태자로 낙점을 받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하렘에는 수많은 후궁이 있다. 이 후궁들이 낳은 왕자 중 하나가 술탄의 후계자로 선택되면 나머지 왕자들에게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궁중 쿠데타를 방지하기 위해 죽음이 내려지는 것이다….”
그 권력세습이라는 게 그렇다. 중세 투르크 제국의 하렘 스토리를 방불케 한다. 김정일을 둘러싼 기쁨조 출신의 여인들과 측근들, 이들이 서로 패를 지어 암투를 벌이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어서다.
이 궁중 스토리는 뭔가 서두르려는 분위기도 전한다. 김정일은 과음과 마약 상용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문제가 심각해 권력승계 문제 역시 시급을 요하고 있다는 것. 한 유력한 워싱턴 관측통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철 옹립’은 아직 확실한 구도가 잡힌 것 같지 않다. 바로 이 점이 미스터리로, 3대 권력세습은 선군(先軍)정책과 무관치 않은가 하는 관측을 자아낸다.
김정일의 후계는 차남도, 또 밀려난 장남도 아닌 군부 실력자가 된다는 전망이다. 중국은 혼란스런 북한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에 대해 북경은 나름의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군부 대두설을 강력 뒷받침하는 요소다.
요약하면 이렇다. 김일성 왕조 3대 권력세습은 아직 미완성의 그림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 굶주림과 공포에 떨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안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왜 북한이란 체제를 하나님은 허용하셨나. 인내하며, 또 인내하며 기도하는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인가. ‘김정일 체제 연출의 3대 권력세습’이란 이 초현실적 상황과 관련해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왜 김정일 체제를 허용하셨나….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