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경선과 관련해 파행을 거듭하는 워싱턴한인학교협의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교육 관계자들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한인학교협은 지난 8월말 정기총회를 열어 김대영 신임회장(열린문한글학교장)을 선출한 바 있으나 회장 선거 절차의 위법성을 이유로 임현찬 후보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이 임시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두 달이 넘게 회장직을 공백 상태로 남겨둔 채 표류하고 있다.
임시총회는 18개 학교장들이 서면으로 소집을 요구, 5일(토) 오후 6시30분 우래옥에서 열릴 예정인데 임현찬 후보(중앙한글학교장)와 김 신임회장이 최근 만나 경선에 다시 나서지 않기로 서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인학교협 관계자들은 회원 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회장이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장 선거에서부터 임시총회 소집까지의 과정에서 한인학교협 운영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으며 ‘법대로’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회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회장 선거 어떻게 치러졌나
8월27일 강서면옥에서 열린 한인학교협의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김대영, 임현찬, 김 진씨 등 세 명. 세 번의 투표 끝에 김 후보는 15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총회 구성에 필요한 68명의 회원의 3분의 1을 넘는 23명이었고 6개 학교의 위임장은 출석자로 인정하되 투표 권한은 주지 않았다.

▲임현찬 후보의 회장 선거 불복 사유
한인학교협 웹사이트는 임시총회 소집 소식을 알리면서 “회칙상 회장에 당선되려면 19.33표를 얻어야 하는데 아무도 충분한 표를 얻지 못했으며 위임장을 보내온 6개 학교를 출석인으로 간주하였으나 투표권은 부여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참석 23개 학교의 3분의 2는 15.33명이지 19.33명이 아니다. 또 6명의 위임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아 회장 선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 위임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은 출석 회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었다.
회의 중 2명이 떠나버려 회의 자체가 성립이 안됐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분명히 총회는 23명 회원에 의해 개회됐고 회장 선거가 있기 전에 회의장을 떠난 사람은 기권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김 후보의 득표 숫자다. 23명의 3분의2는 15.33명인데 김 후보는 이날 15표를 얻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당선에 필요한 수를 채우지 못했다.

▲현재 회장은 누구인가
회칙에 명시된 회장의 임기는 2년이고 만료 시기는 8월31일이다. 임현찬 후보는 이인애 전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이틀전인 8월30일 편지를 이 전 회장에게 보내 “모든 인수인계 절차를 중지하고 회장 선거 문제를 정당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요청과 임 후보 측 변호사의 편지를 근거로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회칙은 이러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전 회장에게 부여하고 있지 않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나기 전에 발생한 일이기는 하나 임기 만료를 넘겨가며 인수인계를 늦출 이유가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회장 선거가 문제가 있었다면 당일 총회에서 논의를 하고 해결점을 찾았어야 했으나 이인애 전 회장을 포함한 총회 참석자들은 김대영 후보의 당선을 공식화했다.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9월1일부터 김대영 후보가 마땅히 회장인 것이다.

▲ 임 후보 측 변호사 편지의 법적 구속력
이인애 전 회장은 “임 후보의 변호사가 새 집행부 출범 보류를 요청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따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편지는 일개 변호사의 요구 사항이지 새집행부 출범 중지를 명령한 법원의 판결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어느 변호사든 자신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또 법정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이 방식대로라면 김대영 후보측의 변호사가 회장 당선이 적법하니 인수인계를 빨리 하라고 편지를 보내 주장하면 이 전 회장은 이 말도 들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두 달 이상 인수인계를 못해 한인학교협의회가 표류될 이유가 없었다.

▲김대영씨와 임현찬씨의 재출마 포기 각서
임씨는 며칠 전 “김대영씨와 임시총회에서 재출마 하지 않기로 서면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인학교협 발전을 위해 임 후보와 이 전 회장, 김 후보가 사전 조율을 통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임 교장이 회장에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면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김 신임회장은 사정이 다르다. 엄연히 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당선된 한인학교협 대표이기 때문이다.
김 신임회장이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 그것 역시 말릴 사람은 없지만 그러나 그는 재출마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회장직 사퇴를 선언해야 할 위치에 있다.
총회에서 회원들의 공식 지지를 얻어 당선된 사람이기 때문에 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나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또 이에 앞서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물러나기 전까지 회의를 이끌어야 할 권한과 책임도 김대영 신임회장에게 있다. 회칙은 총회 소집권이 회장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에 필요한 득표수를 소수점 이하까지 따져가며 회칙을 중요시한다면 당연히 이 절차도 지켜져야 한다.
임시 총회에서 회원들이 김대영 신임회장 당선 무효 판정을 하면 김 후보는 그 결정을 따라 물러나야 하나 그때까지는 신임회장이다.

▲회칙이 만능인가
자기편에 유리한 조항만 내세워 공식 발표된 신임회장의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에 참여한 다수 회원들의 의사와 총회 결정 자체를 뒤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회의 진행상, 혹은 절차상 드러난 실수나 오류 등을 빌미로 두 달씩 한 단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
임시총회 소집과 회의 진행은 형식적으로라도 김대영 신임회장이 맡아야 한다.이 자리에서 혹시 결정될지 모르는 김 회장 당선 무효화 선언은 차후의 일이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