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동산에서 아담은 외로웠을까? 아름다운 낙원을 혼자 거닐며 아담은 허전했을까?
성서는 아담의 내면에 대해 쓰고 있지 않다. 그가 누군가 동반자를 필요로 했는지, 혼자 사는 호젓함을 즐겼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홀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하나님의 마음은 안 좋았다.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해서 만들어진 것이 이브였다.
혼자 보다는 짝 이룬 모습을 보고 싶은 여호와의 마음을 100%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좋은 건지, 저도 이따금은 외로운 건지”알 수는 없지만 홀로 있는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다. 30대, 40대가 되도록 미혼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혼기 놓친 아들·딸이 커다란 바윗덩어리로 가슴에 얹혀 있지만, 여호와 하나님처럼 배필을 지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
며칠 전 그들 답답한 어머니 몇 분을 만났다.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커뮤니티 봉사를 해온 여성들인데 각 가정의 고민거리인 자녀 혼사 문제를 어머니들이 나서서 해결하기 위해 모임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삼남매 중 둘이 변호사이고 하나는 임상심리학 박사인 U씨도 그중 한 어머니.
“남들은 자녀들 다 성공했으니 (내게) 걱정이 없겠다고 하지요. 하지만 삼남매 중 딸 하나 결혼하고 둘은 마흔 다 된 처녀 총각이에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 먹도록 결혼 못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한둘은 꼭 있어요”
좋은 가정에서 반듯하게 자라고 인물 좋고 학력 좋고 직장 번듯한, 어디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 처녀 총각들이 왜 결혼을 못 하는지, 그래서 아까운 신랑감·신부감들을 타민족에게 놓치고 마는지 안타깝다고 어머니들은 말했다. 부모들에게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후회 1 : “한국 사람 아니면 절대 안 된다”
한 어머니는 말했다.
“우리 아이들 자랄 때만 해도 한인들이 별로 없어서 아이들은 주로 타인종과 데이트를 했어요. 그때마다 결혼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곤 했지요. 그 아이가 마흔 되도록 결혼 못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후회 2 : “한눈 팔지 말고 공부만 해라”
“연애는 때가 되면 다 한다”며 딸을 너무 가둬 기른 것을 후회하는 아버지도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오면 백마 탄 왕자는 저절로 오게 되어있다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딸이 서른이 넘도록 ‘왕자’가 나타나지를 않네요. 파티도 다니고 남자 친구들도 사귀게 내버려 둘 걸, 미국 물먹고 잘못 될까봐 너무 막은 게 후회가 됩니다”
후회 3 : “집안은? 학교는?”
자녀에 대한 자부심이 많은 부모일수록 혼사에서는 특히 까다로워진다. 누구를 옆에 세워도 ‘내 자식이 손해보는 것만 같아서’사위·며느리감, 그리고 사돈에 대해서까지 조건이 붙는다. 딸이 30대 초반까지만 해도“참 많이 따졌다”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신랑감의 출신 학교, 직업은 물론 경상도· 전라도 같은 부모의 출신 도까지 따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다 어리석었어요”
2세 결혼문제는 재일동포 사회가 우리보다 선배이다. 차별 심한 일본사회에서 한국인 피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70년대부터 각 지역 부인회가 미혼 남녀의 모임을 주선했다. 그들의 30여년의 경험을 참고하면 우리 한인사회에 우선 필요한 것은 미혼 남녀의 신상명세, 사진 등을 담은 데이터 베이스이다. 그리고 하룻저녁의 파티보다는 2박3일, 3박4일의 ‘고국여행’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재일동포 ‘선배들’의 의견이다. 젊은이들이 선본다는 부담 없이 며칠간 같이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커플로 맺어지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남가주의 몇몇 어머니들이 이제 그 일을 추진한다. 당사자인 자녀들은 ‘결혼’이야기만 꺼내도 질색을 하기 때문에 먼저 어머니들이 모여서 어느 가정에 어떤 자제들이 있나 부터 파악을 하자는 것이다. 11월 중순쯤 첫 모임을 가질 ‘자녀 결혼을 위한 어머니 모임’에 많은 어머니들이 참석했으면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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