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역사가마다 하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기에 인류사를 전쟁사로 볼까.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3,412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286년에 불과하다. 사학자 듀런트가 내린 결론이다.
미래학자 토플러는 이런 계산을 내놓았다. 유엔이 창설된 후, 그러니까 1945년 세계대전 종전 후 1990년까지 45년 동안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3주밖에 없었다.
한국만 해도 그렇다. 역사 기록이 비교적 정확한 지난 2,000여년간 931차례나 전쟁(주로 외침이지만)을 겪었다. 최소 2, 3년에 한번은 전쟁에 시달렸다는 계산이다.
전쟁으로 지고 샌 인류 역사다. 그러나 인류가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세기는 바로 전 세기다. 한 마디로 전쟁의 세기가 20세기였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20세기는 1914년 1차 세계대전으로 발발로 시작해, 마지막 세계대전인 냉전이 종식된 1989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1세기는 그러면 어떤 세기가 될까. 전투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성질은 근본에 있어 변함이 없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다.
2001년 9.11사태 발생과 함께 비관론은 더 확산됐다. 어쩌면 20세기보다도 더 참혹한 상황이 21세기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방향으로. 그 예측이 그런데 현재로는 빗나갔다.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든, 이데올로기 분쟁이든 모든 형태의 전쟁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 발표한 보고로, 냉전종식 후 이 지구상에서 분쟁은 40%가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많은 이유가 제시된다. 그 중 설득력이 가장 큰 게 민주체제 확산론이다.
민주체제간에 전쟁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팍스 데모크레티카’의 주 논리다. 그 가설이 옳은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민주체제가 늘면서 반비례로 전쟁은 줄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역의 사실이 발견된다. 왜 인간들은 전쟁을 하는가. 그 질문에 부분적이나마 답이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체제 성품론’이라고 할까, 그게 그 답이다.
프랑스의 생명과학자 프랑스와 자콥은 이 ‘체제 성품론’을 우화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보고 자신을 업고 강을 건네 달라고 했다. 개구리는 거절한다. 독침으로 찌를 게 뻔해서다. 전갈은 다짐한다. 둘 다 강물에 빠져 죽을 그런 어리석은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결국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었다. 헤엄쳐 가는 도중 전갈은 개구리를 찔렀다. 개구리가 죽어가면서 항의하자 전갈이 말했다. ‘내 천성 탓이다.’ 개구리와 전갈은 모두 강물 속에 빠졌다.”
공산독재 체제가, 광기로 가득 찬 전체주의 체제가 바로 전갈이다.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로, 결코 전쟁을 포기하지 않는 그 체제의 속성은 독이 든 전갈과 같다.
한국 사회의 원로들이 발언이 잇달고 있다. 맥아더 동상 철거 움직임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다. 그 와중에 검찰총장이 날라 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원로들은 마침내 침묵을 깨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묻고 있다. ‘나라를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가’-.
김수한 추기경도 발언을 했다. “북한이 ‘우리는 하나다’며 민족만을 앞세워 선전하는 통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인권도 무시되는 체제인데도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렇게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그것이 통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해 막아야 한다.”
비장감이 묻어 있다. 아픔이 느껴진다. 전갈의 독침이 파고들고 있는 위기상황에 대한 경고 같다. 시대의 징조를 읽고 분별하는 어른의 예언으로도 들린다.
“대한민국은 전쟁 중이다.” 누가 한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이 말이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들려는 세력간의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은 그 서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더 시급성을 띠고 있다. 두 종류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움직임이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 하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해체하려는 친북 좌파의 움직임이다. 또 다른 움직임은 북한 내의 것으로, 김정일 체제를 타도하려는 북한 주민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맥아더 동상이 먼저 철거될지, 김정일 동상이 먼저 무너질지, 상황은 경쟁적으로 급박히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진단인가. 판단은 자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것이 아닐까. 전쟁은 한반도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양상은 달라졌지만.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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