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어제는 며칠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마음이 조금은 칙칙해지기 시작하는 그런 날이었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를 면회하기로 되어 있어 나는 칙칙한 날을 꾸짖으며 애써 나의 기분을 화사하게하려는 노력을 시도하려는 찰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그 분의 아는 사람의 아이가
몹쓸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지 못해 안스럽다며 전화가 온 것이다.그것은 지면으로는 차마할 수 없는 끔찍스러운 일이었다. 당한 어린아이가 감수하기에는 평생을 걸려도 회복되기 힘든 기가 막힌 일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가라앉고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하던 화장도 되어지지가 않고 마음이 눌리고 무거워 어찌할 줄 모를 정도였다. 그 아이가 받은 충격과 절망과 두려운 마음이 느껴지고 부모와 가족들의 분노로 부르짖고 싶은 마음이 내게 느껴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며 그 아이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또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약속된 정신병원으로 가려 하는데 또 전화다. 이번엔 딸아이다. “엄마, 나 좀 데려가. 나 차 사고 났어”라는 힘없는 목소리다. 이미 다른 전화로 가슴이 내려앉을 대로 내려앉은 내 가슴은 철렁 소리도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본다. 목소리를 들으니
다친 것 같지는 않았고... 그러나 딸은 그런 엄마의 반응이 이상했을 것이다. 놀라지도 당황하지
도 않는 그런 나를...
그렇게 어제는 하루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지나갔다. 내가 아는 이웃의 하늘이 무너지는 비극의
일이, 내가 만나는 피상담자인, 15년여에 걸친 정신질환으로 인한 그 가족의 아픔의 일이, 다행
히 다치지는 않은 나의 큰딸의 차가 완전히 폐차가 되다시피 한 대형사고의 일이... 나는 곰곰
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하나님께 질문해 본다.
내게 생각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우리는 인생에서 당면하는 수천가지의 일들
때문에 울고 웃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산다. 그것 때문에 좌절하고낙망하기도 하고 행복해하기
도 한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만나는 일 때문에 분노하고 절망하여 자신을 상처
내고 남을 상처내며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은 흔히 “왜, 저 사람은 성격이 저렇게 돼먹었지”라며 상대에 대해 분노하며 기분 나
빠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상담)을 보며 그들은 단지 지
난 세월 동안에 자신에게 부딪쳐 왔던 감당하기 힘든 일들과 사람들에게 반응하며 살았던 그런
것들이 그들의 성품이 되어진 것 뿐이다. 그것을 여과해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연약과 부족
한 것들을 고치고 아름답고 강하게 만드는 노력과 힘이 부쳐 그저 반응만 하고 살다보니 그런
성격과 성품이 되어진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질책하기보다는 그렇게 지나왔어야 하는 그들의 삶을 아파해 주고 이해하며 이제
라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들이 필요한 것 뿐이다.
어제 일어났던 마음을 눌리게 하는 여러가지의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우리에게 계속 걸어가야한다는 엄숙한 명령을 한다. Show Must Go On처럼.무릎에 힘을 주어 그렇게 한 걸음씩,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에 감사함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의 마음에 미움이, 슬픔이, 분노가, 증오가 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고...
때로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어지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르 사소하게 오해하고 험담하는 것이 있어 마음이 아픈가? 나의 진실은 이것인데 그것을 상대가 지금은 알지 못해 속상하고 안타까운가? 내 자녀가 부모인 나의 깊은 마음을 알지 못하고 때때로 곤란한 태도를 보여 속상하고 화가 나는가? 청춘 남녀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때문에 마음이 슬프고 아파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평생 씻지 못할 아픔, 자녀나 가족의 정신질환, 자녀의 평생 잊지못할 비참한 사고, 그리고 불치병 등.이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이들도 있음을 우리는 늘 순간순간 감사해야 하는 빚을 인생에 지고 산다는 깨달음을 받은, 어제는 칙칙한 날씨에 비해 내 영혼에 강하고 밝은 빛으로 깨달음을 받은 또다른 축복의 날이었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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