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자연의 이상징후나 천재지변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을 다분히 종교적인 쪽으로 ‘재앙이다’ ‘종말이다’ 하면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종교 쪽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원인답게 찾기 위해서는 그 것이 무엇이며 또 어디서 오는가를 직시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요즘 수차 경고되고 있는 지구의 온난화, 그리고 생태계의 파괴이다. 그 원인이 다름 아닌 우리 인간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예로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퀸즈 지역의 어떤 식당을 가보라. 앞은 그럴싸하고 번드르한데 뒤에 가보면 그곳이 식당인지, 쓰레기 하치장인지 모를 정도다. 그만큼 더럽고 지저분하다. 자연의 오염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이런 깨끗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다. 오염이란 집에서도 깨끗하고 동네도 정결하고 직장도 말끔하다면 생길 수가 없다. 자동차도 인스팩션만 제대로 해주면 더러운 매연이 나오지 않는다.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은 다 더러운 것을 정화하거나 치우지 아니하고 지저분한 것을 방치해두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방치라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나 확대되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손도 댈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 썩고 악취가 나게 되어 있다. 박테리아도 초기에 박멸하지 않으면 하나가 둘, 둘이 넷, 넷이 여덟, 여덟이 열 여섯이 되는 식으로 계속 불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더러운 것을 정화하는데 힘을 기울이면 있었던 오염도 깨끗이 사라진다.
자연은 이와 같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것을 인간이 도와야 하는데 인간은 받기만 했지 줄 줄을 몰라 계속 더러운 것을 만들어내 자연과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 그로 인해 자연을 보호하는 해충이나 곤충들을 잡아먹는 조류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온도가 맞지 않아 살던 물고기가 자꾸 자꾸 죽어가고 나무도 점점 소멸돼 가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앞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태계가 파괴되고 질서가 무너져 예기치 않은 재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어느 마을은 날파리가 죽여도 죽여도 계속되는 번식률로 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고 바닷물의 높아진 수온으로 때아닌 장소에서 잡히는 조기떼들 때문에 의아해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이상 징후는 재앙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렵고 위협적이다. 어느
지질학자는 그 엄청난 면적의 땅 플로리다가 산이 없어 언젠가는 물에 잠길거라고 말했다. 또 한편 이태리의 베니스가 물에 잠기고 섬나라인 일본도 섬 전체가 수면에 가라앉고 한국의 작은 섬들도 물에 잠길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무서운 생태계 변화이고 재난인가.
개울물이 깨끗한 이유는 꼭대기에서 내려오면서 돌에 부딪치고 바위에 부딪고 하면서 스스로 정화하기 때문이다. 나뭇잎새도 바람불면 서로 비벼대면서 때를 벗는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태풍불고 번개 치고 한 다음에 보면 공기가 맑은 것도 다 그런 원리라고 본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을 치는가. 그러나 아무리 버둥대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엄청난 해일이나 폭설을 겪고도 다시 해가 나고 모든 게 잠잠해지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는가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또 자연을 더럽히고 해치고 못살게 군다. 다행히 자연이 자연 치유되는 바람에 우리는 또 버젓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저질러놓은 오염은 이제 그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피부는 깨끗지 않으면 부스럼이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목욕을 하고 깨끗이 손과 발을 씻는 것이다. 여기 저기 자구 곳곳에서 지진이 나고 화산이 터지고 하는 것들은 다 지구가 부스럼이 나고 곪아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환경오염이나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들을
노래로만 읊고 있다. 언제까지 지구의 아픔을 남의 일로만 볼 것인가.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살려야 한다. 이것은 거창하게 할 일이 아니다. 대단히 간단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끗하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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