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백호정/메릴랜드대 물리학 교수.재미 한인 물리학자 협회 회장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어쩌면 이 창조의 순간은 대단히 요란하였다.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에 의하면, 우주는 약 140억년 전에 “대폭발 (Big Bang)”과 함께 탄생하였다. 무엇이 이 대폭발을 일으켰고 어떻게 무에서 유가 생겨났는지는 신비에 싸여 있고 어쩌면 그것은 물리학이 대답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에 시작이 있었으며, 우주의 나이가 140억년 쯤 된다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17세기 이래 200년 이상 물체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설명해 온 뉴턴 역학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에 기초해 있으며,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모순된다. 다음 10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법칙을 연장하여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치하는 일반상대성 이론이라는 새로운 중력 법칙을 발전시켰다. 특수상대성 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묶어 4차원 시공간을 만들어 준 것에 비하여, 일반상대성 이론은 그 시공간이 질량과 에너지에 의해서 굽는다는 기하학적 이론이다. 시공간 자체가 굽기 때문에, 행성들의 궤도만이 아니라 빛도 태양 주위를 지나갈 때 굽어야 한다. 이 “중력 렌즈” 현상은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 근처의 별들의 위치를 측정함으로써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이 새로운 중력 이론은 우주 전체에 대하여 더욱 괴이한 현상을 예측하였다. 일반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에 의하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우주가 더 작았을 것이고 언젠가 시작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무에서 유가 나올 수 있는가? 이러한 결론에 당황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에 “우주 상수”의 항을 도입함으로써 우주의 팽창을 막았다.
그러나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1929년에 천문학자 허블에 의해서 밝혀졌다. 1920년대에 우주에는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수 밖에 그와 비슷하게 수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계들이 수천억 개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허블은 은하계들의 빛이 약하면 약할수록 그 빛이 더 적색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은하계들이 멀면 멀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은하계 간의 거리를 팽창 속도로 나누면, 푹발 이후 현재까지 걸린 시간, 약 140억년이라는 우주의 나이가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이제 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우주 상수를 도입한 것은 자신이 범한 “가장 큰 실수”였다고 인정하였다.
우주가 대폭발과 함께 탄생했다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가 1965년에 펜지아스와 윌슨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이 두 학자들은 자신들의 전파망원경에 하늘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초단파(microwave)의 잡음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대폭발 후 약 40만년 후에 우주를 채웠던 대폭발의 메아리를 전자파의 형태로 들은 것이다. 이 초단파의 배경은 우주의 시작을 부인하는 “일정상태론(Steady State Theory)”과 같은 이론들에게 치명타를 가하였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대폭발 즉시 우주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 “인플레이션” 기간이 있었다.
약 40만년 동안 팽창한 후, 우주는 빛에 대해서 투명해질 정도로 밀도가 줄어들었다. 초단파의 배경은 바로 이 무렵의 우주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후에 은하계와 별들이 형성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천체물리학자들은 우주에 대해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은 중력 때문에 우주의 팽창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팽창 속도의 최근 정밀 측정의 결과는 반대로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일반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에 우주 상수를 다시 도입해야 함을 의미하며,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실수”가 우주 팽창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일지 모른다.
단지 별빛이 이 모든 과학적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다니! 그러나 별빛은 아직 우리에게 해 줄 이야기를 끝내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보고 그 장엄함에 대해 경탄해 왔다. 3천년 전에 다윗은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시편 19:1)”라고 썼다.
다윗이 본 하늘은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의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표현은 웅변적이고 21세기 사는 우리에게 더욱 공감을 주는 표현이다.
백호정/메릴랜드대 물리학 교수.재미 한인 물리학자 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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