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제 수용소 체험기인 ‘평양의 수족관’의 저자 강철환씨는 지난 6월 부시 대통령과 면담 후 유명해졌다. 지난 9월초부터는 예일과 하버드 등 미 전국 10여 개 명문 대학을 돌며 북한 실상을 알리는 강연회를 가졌으며 29일에는 LA의 유대인학살 기념관인 ‘관용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에서 역시 같은 내용의 강연을 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북한의 강제 수용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지주, 자본가, 미군에 협력한 사람,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정치범 일가가 3대까지 수용돼 있다. 이들은 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그곳에서 살다 거기서 뼈를 묻어야 한다. 또 하나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이들은 일정 기간 고생을 하면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
나는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가는 수용소에 수감됐다. 내가 수용된 곳은 산 속이라 들쥐와 지렁이, 개구리 뱀 등 먹을 것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수용소에서 주는 한 줌의 옥수수와 소금만으로는 천하장사도 연명해 나갈 수가 없다. 아무리 신체가 튼튼하고 살찐 사람도 수용소 생활을 3개월만 하면 뼈와 가죽만 남은 사람으로 변한다. 나중에 한국에 넘어와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약을 먹으며 갖은 고생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북한이 해방돼 수용소 체험 다이어트를 하면 과체중 문제는 100% 해결할 수 있다.
수용소에 들어와 얼마 되지 않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었을 때 마음씨 좋은 동료 하나가 쥐를 잡아 뒷다리 하나를 준 적이 있다. 요즘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고 있지만 지금도 그 때 먹었던 쥐 고기 맛을 잊지 못한다. 쥐 사냥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쥐 굴을 파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여러 마리 쥐를 잡는 것은 물론 쥐가 먹으려고 모아둔 옥수수까지 건질 수 있다. 그런 날은 수용소 안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이건 내가 수감됐던 80년대 이야기고 지금 탈북한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북한 전체가 수용소 수준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90년대 말 흥남성진 등 일부 도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 시체가 도처에 깔려 있었고 평양의 고위층 거주 지역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군 장교 후보생들까지 영양 실조에 걸려 있었다. 이 때 한국과 외국 정부에서 경제 개혁이나 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원조를 줬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은 현저히 나아졌을 텐데 아무 조건 없이 주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그치고 말았다.
사람이 굶어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양 실조에는 3단계가 있다. 첫 단계에서는 눈이 튀어나온다. 두 번째는 배가 나오고 세 번째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는 죽는다. 나는 두 번째 단계에서 석방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북한에서는 1994년 김정일 집권 후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아사했다. 아프리카와 같은 사막도 아닌, 4 계절이 뚜렷하고 비옥한 농토가 있는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얼마나 철저히 실패했는가를 말해준다.
한국에 와 놀란 것의 하나는 소위 운동권이란 학생들이 이런 북한의 실상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는 김일성 찬양곡을 가사만 바꾼 것도 있었다. 북한의 대남 공작이 대학가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북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흔히 받는 질문의 하나가 “북한에서는 어째서 데모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사형수는 죽기 전에 잘 먹이고 성직자를 불러 마지막 의식을 베푸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형수는 우선 굶긴다. 그리고는 팔 다리를 부러뜨린 후 턱을 부숴 입을 열게 하고는 자갈을 물린 후 때려죽인다.
이런 공개 처형 장면을 본 사람들은 항의나 시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이 민주화에 성공한 것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보다 잘 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유를 인정해주는 체제였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일이 등소평 식으로 북한 체제를 개선하고 주민의 인권을 존중해주기 바라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한인을 비롯 미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보다 더 관심을 갖도록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한다.
강철환/ 탈북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