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당 맛 자랑
‘집 퓨전’(ZIP Fusion)
예술 같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자 요리가 예술이라는 사실을 깜찍하게 일깨워주는 곳, ‘집 퓨전’(ZIP Fusion).
웨스트 LA, 올림픽 컬렉션 몰에 4개월전 오픈한 집 퓨전에 가보면 꽤 괜찮은 레스토랑을 발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흥분감과 행복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미 여러 미국 잡지와 신문에서 극찬을 했을 정도로, 한국인들보다는 미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참고로 한인타운의 ‘집’과는 관계 없는 식당이다).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요리들이 하나같이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너무 예뻐서 함부로 젓가락을 들이대기 민망할 정도인데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혀끝을 감도는 맛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 정도쯤 되니 좋아하는 사람들과 꼭 한번 다시 와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왠지 모를 사명감까지 생길 정도인데 아마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예술작품 같은 요리가 모두 한국음식을 그 뿌리로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던하면서도 아늑한 집 퓨전의 실내.
집 퓨전의 맛을 책임지는 셰프들과 제이슨 하 사장(뒤쪽 가운데)
싱싱한 생선 알과 부드러운 아보카도가 어우러진 알바카도.
돼지불고기의 세련된 버전 크레이지 포크.
할라피뇨와 참치, 크림치즈의 맛을 바삭하게 즐기는 할라피뇨 투나 튀김.
한국 김밥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위스키 소다.
한인주인 세련된 감각 덕분
독특한 맛과 분위기 압권
다운타운과 웨스트 LA점 성황
한국음식이 이렇게까지 예뻐지고 맛깔스러워질 수 있는 건 집 퓨전의 주인인 제이슨 하 사장의 독특한 감각 덕분이다. 10년여 넘게 일해왔던 패션계에서 알게 모르게 얻어진 세련된 감각과 어릴 때 부모님께서 운영하셨던 한식, 일식 등의 고급 식당에서 길러진 미각이 합쳐져 집 퓨전 레스토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과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3년전 다운타운 아티스트 디스트릭(Artist District)에 같은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당시 다운타운은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는 추세라 그 곳에 식당을 오픈한다고 모두들 말렸지요. 실제로 처음 몇 달간은 저녁 7~8시, 손님들로 한창 붐벼야할 시간에 식당에 있는 사람이라곤 셰프와 저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때가 레서피 개발하기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이슨 하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다운타운 집 퓨전은 지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쟁반국수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시위드 샐러드는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와 당근, 무, 알팔파 등의 야채가 가늘게 채 썰어 바삭하게 튀긴 만두피와 함께 접시에 가지런히 돌려 담겨져 소스와 함께 나온다. 젓가락으로 고루 섞은 다음 먹으면 되는데 향긋한 해조류와 상큼한 야채, 거기에다 바삭하게 씹히는 만두피가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하는 독특한 애피타이저.
튀김 옷 대신 만두피를 씌워 만든 새우 튀김은 색다른 모양만큼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새우와 함께 만두피 안에 크림치즈를 넣고 바삭하게 튀겨낸 다음 달착지근하게 양념하여 볶은 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색다르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빨간 고춧가루 양념이 그대로 보이는 김치를 서브하다니! ‘아니 이 빨간 김치를 먹긴 먹나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걸요’.
이밖에도 베이비 칼라마리를 통째로 부드럽게 익힌 다음 그 안에 크랩과 각종 야채를 넣고 소스에 버무려 나오는 칼라마리 덤블링과 할라피뇨를 반으로 자른 다음 매콤하게 양념한 참치와 크림치즈를 넣고 튀김옷을 입혀 한번 살짝 튀겨낸 할라피뇨 투나 튀김도 꼭 한번 먹어봐야 할 애피타이저.
애피타이저가 이 정도니 메인 요리는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우선 색다르게 담아 서브하는 고추장 양념 돼지불고기(crazy pork)부터 감상해 보자. 커다란 접시에 달착지근한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구운 돼지고기와 살짝 익혀 소스를 뿌린 두부, 새콤달콤 촛물에 절인 얇게 썬 무와 상추가 함께 나온다. 입맛따라 상추나 무를 접시에 깔고 그 위에 두부와 돼지고기를 올린 다음 싸서 먹으면 된다. 우리가 늘 즐기는, 서민음식 돼지불고기가 이토록 고급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니!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세련된 폼으로 먹을 외국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스파이시한 양념과 어우러진 각종 알과 참치살을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다음 아보카도를 얇게 썰어 덮어 푸른 사과 모양을 하고 있는 알바카도(Alva-Cado)와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속을 파낸 다음 스파이시 양념에 버무린 참치를 넣고 오븐에 살짝 구워낸 드레스드 레드(dressed red)는 너무 예뻐 먹기 아까울 정도.
가격은 애피타이저가 5.95-8.95달러선, 메인 요리가 12.95-16.95달러 선인데 근사한 호텔에서나 맛봄직한 작품 같은 요리를 먹는 대가 치곤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집 퓨전의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 하나. 서너명이 한 팀으로 몰려간 다음 여러 가지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를 시켜 나눠먹으면 근사한 코스 요리를 즐기는 셈이 된다. 웨스트사이드점 11301 W. Olympic Blvd. LA. 90064. (310)575-3636. 다운타운점 744 E. 3rd. St. LA. 90013. (213)680-3770.
<글·사진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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