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고대문명 역사들을 분석하고 환경의 도전에 적절히 응전하는 문명만이 존속할수 있었다고 갈파했다.
인구 48만명 대도시 80%가 물에 잠긴 최대의 자연 재해의 도전에 세계 최선진 미국의 대응은 적절했던가? 구조작업 지연에 책임 전가와 비난 경쟁을 하다가 2주만에 성급한 복구 계획을 발표하더니 다시 허리케인 리타의 위협에 뉴올리언스 재철수령을 내리게 됐다.
생명이나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의 아픔과 절망보다도 ‘블레임 게임’을 하며 피해자들, 구조자들, 관망자들을 우울하게 한 미디어와 정치인들의 응전은 부적절했다. 재난 구조 지연을 인종차별 주장으로 둔갑시킨 것은 지나친 정치화이며 뉴올리언스를 재건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뉴딜’ 정책 모사판 발표로 이어지는 이미지 관리도 졸속스럽다.
뉴올리언스 없이 미국은 없다면서 재건을 다짐하는 사람들은 재난 초기의 ‘블레임 게임’이 빗나간 것임을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 여론조사에서 구조 부진의 책임이 연방정부에 있다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빈민들을 버스로 대피시키지 않은 뉴올리언스 시정부의 책임(12%), 주 방위군 동원령을 적기에 내리지 못한 루이지애나 주지사의 책임 (12%)도 지적됐다. 경고를 무시하고 대피하지 않은 시민들 자신의 탓(12%)을 빼놓을수 없다.
뉴올리언스 재해 회복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사람들이 56%, 이재민의 취업훈련과 주택을 위해 세금을 더 내도 좋다는 사람이 62%였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다수(63%)가 뉴올리언스 재건이 사회보장제도 개혁 (26%)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사회보장제도가 30년후면 붕괴된다는 예고에도 불구하고 뉴올리언스 재건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은 미국민 일반의 감성 역시 가볍고 미래 의식이 희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난의 원인은 무엇보다 통제 불가능한 자연의 변수다.
미국민 66%가 퓨 여론조사에서 인정했듯이 이번 재난은 “때때로 발생하는 기상 이변의 결과”다. 25%는 “지구 온난화의 탓”이라고 인위적 재해 쪽을 지적해 부시의 환경 보호 정책 후퇴를 비판했다. 원인으로 자연보다 인위적 요소를 탓하는 것은 인본주의의 오만한 착각이다.
사람의 탓이라면 1718년에 이곳에 터전을 잡은 프랑스 개척자들과 그후 바다 보다 낮은 늪지대에 강, 바다, 호수를 대응해 제방을 막으며 욕망의 도시를 확대해 온 모든 사람들을 원망해야 될 것이다. 환경의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뉴올리언스를 건설한 역사는 대자연의 위력에 앞에 탐욕으로 맞선 행위들의 연속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3천억 달러의 뉴올리언스 복구 계획, 시가지의 3분의 1은 수면보다 높고 프렌치 쿼터와 고풍의 건물들은 큰 피해가 없었다면서 쉬운 복원을 낙관하는 것들이 그런 욕망의 연속이다.
미시시피강 하구가 지닌 풍요한 자연 자원과 물류 통상 자원은 모든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뉴올리언스는 세계 제4위의 교역 항만 기지로 중서부 곡창의 곡물이 이곳을 통해 세계로 나가고 미국 원유 소비의 40%가 멕시코만에서 생산되거나 이 하구로 들어온다.
루이지애나 는 미국산 새우의 46%, 굴의 35%, 불루 크랩의 28%를 생산해왔다. 이런 자원에 대한 탐욕이 이 늪지대에 대도시 건설 동기였고 지금 복구할 이유다. 자연 재해의 원인에 대처하기 전에, 물이 다 빠지기전에, 시체를 다 건지기 전에 그 재건의 동기가 멈출수 없는 조급한 낙관주의로 춤춘다.
그러나 내긴 시장은 허리케인 리타의 위협 아래 다시 시민들의 철거령을 내렸다. 카트리나가 할퀸지 4주만에 허리케인 리타가 닥치듯이 자연은 그 어느때라도 이런 재난을 다시 안길 수 있다.
뉴올리언스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흑인들, 특히 29%였던 빈민들이 집을 잃고 직장도 없는 이곳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척 초기 노예항으로 시작하여 남북 전쟁후 해방된 흑인들의 고향이었던 뉴올리언스는 이번에 고질적인 흑인 빈곤층 문제를 상당히 덜었다. 그 ‘구조재조정’의 경제적, 문화적 이득은 루이지애나주가 공식 언급하지 않는 낙관의 큰 이유 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문명의 가장 부적절한 반응은 자기들의 패권주의로 인해 카트리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하는 회교권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이번에도 별로 연민으로 응하려는 실마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윤모
일리노이주 인권국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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