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현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반도 정책이 위압적인 강경책으로 바뀐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가 취임하기 무섭게 미국을 방문, 햇볕 정책의 지지를 받으려다가 모욕만 당하고 돌아갔던 것도 기억이 난다.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 하에서 북한은 미국의 북한 핵무기 개발 반대 입장을 적극 수용 중 에 있었다. 핵 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하고,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의 입국을 허용 했고, 제네바 협정에 따른 핵 개발 중지 경수로 핵에너지 개발 시설공사를 한반도에너지개발공사가 진행하는 등 북미관계가 잘 나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 임기 말기에 가서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공식 방문해 김정일 과 독대하고 온 이후 쌍방 화해가 무르익어 클린턴 대통령 자신이 북한을 거의 방문 할뻔 했다.
그러던 것이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며 북한을 조이기 시작하였다. 1994년의 제네바 협정을 북한이 위반한 증거가 있다고 몰아 치자 북한은 한 수 더 떠서 실은 다 개발해놓았으니 그리 알라고 응수했다. 미국은 그러면 그렇지 라고 벼르고 있던 와중에 9.11일 테러사건이 터졌다.
위기의식이 고조된 부시는 북한도 이라크, 이란과 같은 악의 축이고 북한은 독재 전초기지 이고 김정일은 폭군이라며 폭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은 곧 북한의 국제원자력 기구 감 시단 축출, 핵확산 금지 조약 탈퇴, 경수로 핵에너지 개발시설 공사 중지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은 북한이 원치 않는 6자 회담을 고집하면서 북미관계가 위기상태에서 표류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4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 금지 조약 복귀, 국제원자력 기구 감시 단 허용 등 북한이 크게 양보함으로써 한반도 핵 문제 타결의 물꼬가 트이는 양 보도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성급한 결론이었다. 북한은 하루만에 태도를 바꾸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양보는 오히려 미국이 했다. 부시정부가 당초에 고집했던 선 핵 포기 조건을 흐지부지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적당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할 수 있다 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북한은 당장에 ‘선 경수로 제공 후 핵 포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평화적 사용 핵 개발 권리를 주장하였으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이 권리를 존중한다는데 쉬이 응했으나 미국은 끝까지 이에 응하지 않다가 막판에 가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양보한 모양이었다. 북한의 경수로 제공요구를 원천봉쇄 못한 것은 부시 정부의 북한 협박 보상 불가 원칙을 지키지 못한 또 하나의 양보였다. 11월에 있을 제5차 회담을 비롯, 앞으로 있을 협상은 산 넘어 또 산을 넘는 난항을 계속 할 것이다.
현재 협상 내용과 윤곽으로 보아서는 6년전의 클린턴 시대로 원상 복귀 한 셈이다. 오히려 북한은 두 가지를 더 얻었다. 남한이 약속한 2백만 킬로와트 전기공급과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계속 추진하리라는 것이다.
부시정부는 애초에 극우파의 목소리에 부응하다보니 북한에 대한 강경책으로 북미관계가 어려움에 빠졌고, 잘 나간 것으로 여겼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쉬이 빠져나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라크 전쟁에서는 탈진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카트리나 피해 복구 실책 등으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전체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북한에 대한 이번의 양보는 ‘레임덕’ 정권의 누수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북한이 6자회담 공동성명에 합의하게 된 데는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고 보여진다. 여기에서 남한정부는 북한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미국을 궁지에 몰아 권위와 체면을 잃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과의 협력 우호관계를 공고히 지키면서 남북 화해를 유도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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