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루이지애나주 피해 상황이 참혹할 정도로 심각하다. 뉴올리언스시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 전체가 마비됐다. 50년만에 최대의 위력으로 불어닥친 이번 카트리나로 인해 숨진 인명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해 이 지역 주민들은 생활터전과 모든 생필품을 물에 떠나보낸 채 하늘만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공포와 좌절뿐이다. 썩어 가는 시체 옆에서 그들은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이 전염병과 싸워가며 오직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치안과 질서를 담당해야 할 현지 경찰 수백명이 어디론가 다 도망가고 불행히도 연방정부의 늑장대처에다 구호품 마저 서둘러 오지 않아 이재민들은 도움을 기다리기도 지쳐 있는 상태다.
지금 구조도 문제지만 앞으로 복구에도 인적, 물적은 물론, 기간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할 정도다. 도심에 고인 물을 퍼내는 데만 해도 90일이나 걸린다고 하니 그 상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다. 도시에 고인 썩은 물을 퍼내자니 시일이 오래 걸리고, 그렇다고 안 퍼내자니 도시를 그대로 버려야 하므로 진퇴양난이다. 이런 상태에서 전국에서 돕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다시 온다는 기약도 없는데다 대부분이 타 지역으로 떠나 무슨 돈으로 이 곳을 복구할 것인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무역적자도 계속 늘어나는 마당에 기름 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세금은 징수할 길이 없으니 이번 사태를 누가 해결하고 도울 것인가. 이는 전국민의 일이요, 전 세계인의 일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인류애와 사랑을 가지고 도와야 할 일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 70개국 빈곤국까지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마음을 모아 단체들이 하는 기금모금 행사에 한인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매우 아름다운 일이다.
이 땅에서 우리는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SSI, 메디케어 등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노력만 하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갖고 있다. 지금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번에 재난까지 겹쳐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나라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도움과 사랑을 우리도 이번 기회에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한국의 6.25사변 때도 우방국으로서 참전, 5만명의 군인들이 전사했고 3만명의 국제입양아들을 데려다 훌륭하게 성장시켰다. 그리고 미군들은 아직도 한국의 국토수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한인들의 수는 2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이 모두 각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도 성공적으로 잘 교육시키고 있다. 이곳에 부흥된 한인 교회만도 4,000여개나 된다. 이것이 다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우리는 9.11 테러 때도 성금을 거둬 보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도 너도나도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그리고 뉴욕의 시민들이 9.11테러로 절망하고 있을 때 그들도 우리를 위해 그 당시 성금을 보내왔다.
지금 미국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은 결국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의 어려움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는 특히 도시가 폐허가 될 만큼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아무리 도와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이 사태는 바닷물을 제거하든, 안 하든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호품, 약품, 물을 채우자면 각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지역의 피해자는 주로 80%에 달하는 흑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서민이라고 한다. 한인들은 이제까지 거의 이들 흑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오늘날 한인경제의 중심에는 분명히 이들 흑인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도움을 줄 때는 바로 지금이다.
여주영
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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