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목사/컬럼니스트)
기업과 사회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이다. 사회적 기반을 무시하고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사회는 기업이익을 위한 소비자이며 동시에 기업은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common wealth)에 기여해야 한다.
지난 1일부터 뉴욕한인사회의 유일한 공중파 방송인 KTV(코리안 텔레비전)이 방송이 갑자기 중단되고 특정 교회의 방송이 24시간 방영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갑자기 한국방송이 안 나오자 일일연속극을 보던 아줌마,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거리로 나와 궁금해 했고, 방송채널을 다른데 리스계약해서 더 이상 한국방송을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과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민영방송이지만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이민생활에서 유일한 낙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뉴스를 듣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공중파 방송을 중단하면 어쩌란 말이냐? 최고 시청률의 사극 ‘불멸의 이순신’도 아직 대미가 남았는데...
”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재산 갖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 경영을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 맘대로 해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공영방송국이 아니라고 해도 방송사와 언론사는 경영과 보도에 있어서 공공성(公共性)과 공익성(公益性)을 우선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사회윤리적 문제일 뿐 아니라 기업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취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언론이 힘이 있다고 하는 것도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우선으로 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시청자인 대중들이 곧 광고주이다. 광고의 획득이 방송국 경영에 가장 큰 수입원이라면 시청자이며 광고주인 동포들의 중론을 간과한 방송국 측의 이번 결정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공청회 등을 열거나 한인사회 각 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등 경영 정상화
를 위한 논의와 시도가 먼저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KTV가 일반 방송을 중단하고 리스계약- 24시간 풀타임 3년간-을 주어 새로이 방송을 시작한 GCN이라는 방송국이 한국 만민중앙교회에서 투자를 한 종교방송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만민중앙교회(담임 이재록 목사)라면 신흥 사이비 이단 시비를 일으키며 요즘 갑자기 부흥한 교회이다. 언론에도 자주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KTV(라디오코리아)측은 전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6개월 전에 계약을 하고 쉬쉬하다가 방송개편 한 주일 전에야 공개한 것은 기독교계의 반발을 예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혀 무시했기 때문일까?
뒤늦게 사실을 안 교계는 그야말로 경악을 하고 있다. 한기총 등 한국기독교 주요 기구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교회가 GCN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동포사회의 유일한 공중파 TV를 장악하다니...있을 수 없는 일을 당면해서 뉴욕 교계는 교회협의회를 주축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교계 대표들이 방송국이 잘 모르고 그랬을지 모른다고 일차 방문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조언했더니 이미 계약을 체결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누군가가 전화해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 교협을 소송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한다.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인가? 방송국인가 만민중앙교회 측인가? 힘이 없어 보이는 교계와 한번 싸워볼만 하다고 본 것인가?
기업이익과 사회윤리-법 이전에 사회적 합의나 관습-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를 가름하기 위해 이익사회와 종교사회의 충돌현상을 법사회학적으로 분석해 보려는 막스 베버식 사회 이해를 시험해 보려는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방송사와 교계는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부끄러운 싸움으로 비화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물고기가 물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사회적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단종파와의 계약을 철회하고 새로운 경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결자해지의 마음으로 KTV 측에서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인교계와 경제계, 그리고 KTV가 협력해서 뉴욕 유일의 한인 공중파방송을 운영하는 다양한 방안을 새로이 심도있게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는 평상시에는 유약해 보이나 위기를 만나면 강해진다. 특별히 그 순정성에 심각한 도전을 받으면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2천년의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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