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은행은 작년 6월 말부터 단기 이자율을 꾸준히 올려 은행간 금리를 1%에서 3.5%까지 인상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미 경제 성장율은 3% 이상의 고성장을 견지하고 주택가격은 계속 올라만 간다.
앨런 그린스팬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걱정한다. 비록 미국 전체적으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여러군데 지역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재산의 가치가 영구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 세태는 우려가 되며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점에 심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재산가치 상승에 대해 간접적 화법을 사용해오다 직격탄을 서서히 날리고 있다.
연방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과열된 경기가 어느 정도 식기를 기대하는 것은 금리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단기 금리를 올린다고 결정하면 그냥 이자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연방공개시장에서 금리를 올리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한다. 이자를 올리기 위해서 연방은행이 취하는 조치는 연방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연방채권을 발행한다는 말은 연방은행이 민간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시중에서 줄어들면 돈의 가치가 그만큼 오른다. 돈의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다른 투자재산의 가격은 떨어진다. 돈과 투자자산 즉 증권, 채권, 부동산 등과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역관계이다. 그래서 이자율이 오르면 돈의 가치가 오르고 투자자산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상의 복잡한 설명을 쉽게 얘기하면 부동산이 과열로 오른 이유중 하나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연방은행은 돈을 줄이고 있다. 돈이 줄면 돈의 가치가 오를 것이고 시중에 과잉된 투자를 뒷받침할만한 유동성이 줄어 들어 과열된 가격의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연방은행은 현재의 부동산이 전체적인 돈의 양이 줄어들게되면 어느 정도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주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 금융당국의 견해는 경기와 투자가 정부의 금융정책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금융정책 만능설에 가까운 입장이다. 즉 연방은행이 돈을 늘이면 시장이 살아나고 돈을 줄이면 시장이 위축된다는 말이다. 단지 여기에 단서가 붙는데 돈을 늘이고 줄일 때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사실이다. 실증적으로 일반적인 경우 돈을 늘이거나 줄이기 시작한 후 1년 반에서 2년 정도 지나면서 경기가 살아나거나 위축된다. 최근의 기록으로도 9.11사태 전후로 금리를 급격히 내린후 미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선 시점은 2년 후인 2003년부터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돈을 늘이고 줄여도 시장의 다른 기능 때문에 그 효과가 반드시 원하는 대로 되지않는다는 금융정책 무관론도 있다. 무관론자의 주장은 전반적인 금융정책의 영향보다 지역적 기술적 특수성에 의해 자산가치가 결정된다는 견해이다. 현재의 부동산 현상에 대해서도 금융정책 무관론은 사람은 늘고 땅은 한정돼 있어 금융정책과 상관없이 가격은 결코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4년전부터 갑자기 사람이 늘기 시작했고 땅이 급격히 부족해졌다는 설명인데 그런 지역이 있기는 해도 미국 전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연방은행은 90년대 후반에도 주식시장의 과열에 대해 걱정했다. 서서히 금리를 올리면서 돈을 줄여나가는데 시장은 신경제이론으로 반박하며 주식시장 불패론을 지켜나갔다. 결국 96년에 시작된 연방은행의장이 표현한 “비합리적 흥분상태”의 주식시장은 그로 부터 3년 반후인 2000년에 끝이 났다.
은퇴를 앞둔 노련한 FRB의장은 돈의 공급을 줄이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되는 거목의 발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보란듯이 상승하고 있다. 금융정책 무관론이다.
바다를 보면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정작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은 물높이의 변화를 당장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깨달을 뿐이다. 연방은행이 돈의 양을 줄이는 정책은 바다의 썰물과 같다. 조정하는 효과는 썰물처럼 한참 시간이 지나서 뒤돌아 볼 때 느낄 수 있다. 조정기에도 계속 파도는 친다. 파도를 밀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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