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전경들이 방패를 앞에 세우고 지키는 사진을 보면서 기분이 착잡하였다.
한국의 강정구 교수는 지난달 말 데일리 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넷매체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칼럼에서 죄상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그에 의하면 맥아더 장군은 한반도 분단집행의 집달리, 해방 후 남한 점령군사령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인 6.25전쟁에 사흘만에 뛰어든 전쟁광, 한국전쟁에 개입하여 엄청난 인명을 죽게 만든 원수,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책임자 …이다.
따라서 그의 결론은 “원수를 은인으로 보는 이런 역사왜곡, 곧 대미 보은론은 이제 탈냉전 통일시대를 맞아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물론 맥아더 동상도 함께 역사 속으로 던져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전개한 논리는 우리의 상식과 너무도 상반되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보수단체들의 반발에 대해 그는 “극우 반동세력은 언제나 사실 차원의 문제를 이념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다”면서 사실에 바탕 한 주장은 사실이나 자료로 반증해야 한다며 “이념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를 억지로 ‘빨갱이 몰이’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의 주장과 관련, 생각해볼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학문의 자유란 무엇이며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학자들에게 자유롭게 진리를 추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게 하고, 기존의 통설들을 비판할 수 있도록 함이 주목적이다. 대학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종신직 제도를 두고있다.
강 교수의 경우 자신의 연구결과에 기초해서 칼럼을 썼다하더라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그것은 학술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 교수단체들이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 사료, 합당한 방법론, 논리적 추론, 학자의 양심 등이 상호 결합된 학문적 귀결”인 만큼 “학술 비판을 용인치 않고 오직 한 목소리를 강요하는 것은 파시즘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학술활동의 한계를 무제한 그것도 초법적인 수준을 요구하는 독선적 논리이다.
둘째, 사상의 자유란 무엇이며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사상의 자유는 국민 누구나 똑같이 누릴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따라서 강교수가 한 시민으로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맥아더나 미국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실정법인 보안법의 이적단체에 대한 찬양 및 고무의 죄를 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셋째, 역사적 사실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 “6.25 전쟁 당시 미국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1만정도의 사상자를 내며 한달 이내에 끝났을텐 데 미국의 개입으로 약 3백 99만 명이 더 많이 죽게 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논리를 따르면, 한국군이 전쟁초기에 모두 항복하였더라면 수백명 정도의 사상자를 내었을 테고 미국도 개입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 미국보다는 한국군이 가장 큰 원수가 된다. 문제는 누구의 원수인가이다.
넷째, 강 교수의 전체요지는 남북한의 분단도, 또한 북한의 통일전쟁의 실패로 인해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된 것도 전부 미국의 탓이다.
공산독재 체제하의 북한, 식량부족으로 3백만이 굶어 죽고 수많은 탈북자들이 발생하는 북한의 실정, 학문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는커녕 기본적 인권마저도 말살 당한 채 살고 있는 북한동포들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통일은 북쪽에 의해서라도 좋다고 한다면 그런 통일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일인가?
다섯째, 그는 “남북 평화통일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가는 시점에서, 마지막 칼날(국보법)을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반통일적인 행태” 라고 한다. 통일을 위해서라면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도, 또한 학문적 사실적 차원의 문제를 지나 이념적 논쟁을 유발시켜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모두 용납된다는 논리이다. 누가 그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였는가?
그는 공산통일이 되어 자신의 학문적 자유를 빼앗기더라도, 사상적 자유가 없어지더라도, 가족들이 배가 고파 죽을 지라도, 강제수용소에 갇힐지라도 통일만 된다면 기꺼이 한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는 것인지 강교수에게 묻고 싶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 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