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고 고르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무얼 골라야할 지 막막해서 어렵지만,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도 수많은 종류의 선택 앞에서 고민할 때가 많다. 10여년 전만 해도 와인 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와인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져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남아공산 와인들이 훨씬 더 진열대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 그 다양함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와인을 사러갈 때 두가지만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고 가면 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개 고민하는 내용이란 어떤 종류의 와인(카버네, 멀로, 소비뇽 블랑, 샤도네 등)을 어떤 가격대의 것으로 사느냐 이므로 이 두가지만 정해놓아도 선택의 여지가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가끔은 뜻깊은 식사와 함께 마실 좋은 와인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와인 구입하기
매일 마시는 것은 10달러 안팎
일주일 한번 기분낼 때 20달러 이하
한달에 한번 좋은 식사 함께 20~50달러선
일년에 한번 특별한 날 수백달러 고급을
예를 들어 나 혼자 마실 와인이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품종의 와인을 주머니 사정에 맞는 것으로 고르면 되므로 큰 갈등이 없다. 그러나 특별한 식사를 위한 와인이나 선물용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식사용도 생일날 남편 혹은 연인과 단둘이 로맨틱 디너를 할 때 마시는 와인과 수십명을 초청한 파티에 내놓을 와인이 같을 수는 없다. 아울러 준비한 식사의 메뉴에 따라 와인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선물용은 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 줄 것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줄 것이 다르고, 가볍게 선물할 것과 정성을 표현해야 할 대상을 위한 와인이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을 사러가기 전 와인의 품종을 정하고(품종을 잘 모른다면 레드냐, 화이트냐 만이라도), 가격은 어떤 선까지 쓸 수 있는지를 미리 정해 놓는다면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전문 도우미가 있는 와인 샵에 가서도 그 정도만 이야기해 주면 충분히 좋은 와인을 추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와인을 사러 가기를 무척 즐기는 사람이다. 집 가까이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와 코스트 플러스(Cost Plus)가 있기 때문에 이 두 군데를 가장 자주 가는 편이고, 코스코에 갈 때는 반드시 와인 섹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끔은 글렌데일에 있는 와인 도매점 ‘탑라인’(Topline)에 나들이 가서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 오곤 한다.
네군데 모두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크게 괘념하지 않는 이유는 각자 취급하는 와인이 달라서 각 곳마다 흥미를 끄는 새로운 와인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와인을 사러갈 때 나는 앞서 말한 두가지 사항 외에도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해 두고 있다. 매일 마시는 에브리데이 와인과 일주일에 한번쯤 기분 낼 때 마시는 와인, 한달에 한번 좋은 식사와 함께 마시는 와인, 그리고 일년에 한두차례 아주 특별한 날 마시는 와인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10달러 안팎의 저가 와인을 가장 많이 사지만 30달러 선에서도 두어병 고르고, 가끔은 와인 잡지에서 아주 좋은 평을 받은 와인이 나와있을 때 50~100달러짜리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들고 나온다. 이것을 위에 말한 대로 싼 와인은 매일, 중간가 와인은 1~2주일에 한번, 그리고 비싼 와인은 아주 가끔 특별한 기분이 되었을 때 따서 마시곤 한다.
그런데 이것은 나만의 전략이 아니고 많은 와인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조언을 내놓고 있다. 대개 에브리데이 와인으로는 10달러이하 짜리, 일주일에 한번 마시는 와인은 20달러이하 짜리, 한달에 한번 용은 20~50달러짜리, 그리고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수백달러 하는 최고급 와인을 마셔볼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이 조언은 와인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 부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와인 구입 전략 한가지를 소개한다.
매일 마시는 테이블 와인을 살 때는 비슷한 가격, 같은 품종의 와인을 여러 나라, 각각 다른 와이너리의 것으로 한꺼번에 여러병 산다. 예를 들면 10달러 정도의 카버네 소비뇽을 캘리포니아, 워싱턴, 칠레, 호주 산을 골고루 사서 며칠 동안 연이어 마셔보는 것이다. 때로는 시라나 피노 누아를, 또한 샤도네, 리즐링 같은 백포도주도 그런 식으로 품종 별로 며칠 연이어서 마셔보곤 한다.
이 방법은 와인도 즐기면서 맛의 비교도 가능하기 때문에 와인을 자주,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구입 요령이다. 이때 자신만의 테이스팅 노트를 마련해두고 그때그때 느낀 맛과 기분을 조금씩 메모해 두면 훨씬 유익한 맛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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