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미국의 경제가 개선되면서 지표상으로는 호황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들어 미국 경제는 지난해 4.2%를 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3.8%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 정도면 매우 건실한 성장률이다. 지난 2001년 11월 바닥을 친 미
국경제의 반등으로 작년 말까지 22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고유가와 인플레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 한인들의 체감경기는 더 어려워지기만 하고 있다. 델리, 세탁, 네일업 등 한인 주종업종의 수익성은 근년들어 나날이 떨어져서 지금은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지만 한인업계에서는 불경기란 말이 끊이지
않았고 이제는 아예 불경기란 말을 하기조차 지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어가는 것일까. 사회 구조가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극단화로 인해 경제호황의 혜택이 부유층에 국한되고 서민층에게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동맥경화증에 걸린 사람의 피가 온 몸을 골고루 돌지 않고 어떤 신체부위에 이르지 못하는 것처럼 부익부빈익빈의 경제구조로 인해 호황의 효과가 서민층에 최대한 나타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회복의 과실로 나타나는 수익이 근로서민층에게 분배되기 보다는 회사의 수익을 증대시켜 주가를 끌어올리고 주식이나 부동산투자로 돈을 버는 부유층만 더욱 부유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호황이 시작되면 부유층이 가장 먼저 혜택을 받게 되며 저소득 서민층에게는 호황이 끝날 즈음에야 겨우 그 효과가 미치게 된다. 반대로 불황이 되면 서민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며 부유층은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 없이 살아남게 된다. 한인들은 대부분 서민층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호황 때나 불황 때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언제나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나온 통계조사 결과 뉴욕의 생활수준을 상,중,하로 나누었을 때 상에 속하는 가정의 세금을 뺀 한달 가처분 소득은 50만달러라고 한다. 한인들이 미국에 와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잘 산다고 하지만 50만달러를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인들이 소매업을 주종사업으로 경제력을 엄청나게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뉴욕의 최고 상가인 맨하탄 5애비뉴의 50가와 59가 사이, 57스트릿의 매디슨 애비뉴와 5애비뉴 사이에 한인 매장은 한 곳도 없다. 그
러고 보면 한인 비즈니스는 아직도 미국경제의 변두리를 맴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도 많다고도 말할 수 있다.동서고금을 통해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경제력, 즉 돈이다. 특히 자본주의 시대인 지금은 돈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권력도 돈에서 나오고 인간관계도 돈을 매개로 형성된다. 돈이 있으면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고 돈이 없어 고칠 수 있는 병도 고치지 못하여 죽을 수 있다. 지금 어느 회사의 말단 직원인 사람이 돈이 있어서 그 회사를 인수한다면 당장 회장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 돈이 있고 없다는 구별만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돈의 위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다. 그들은 2천년의 유랑생활에서 돈이 있어야 한다는 철칙을 깨달아 수전노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돈을 벌었다. 그 결과 미국의 소수민족인 그들이 미국 경제를 지배하여 정치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 국제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배후에는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대인의 경제력이 버티고 있다.이렇게 볼 때 우리 한인들이 미국에서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미국 경제의 주류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중국인들은 거지처럼 보이지만 열심히 돈을 모아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려 한인타운 플러싱을 어느새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의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살라”는 말도 있다. 무엇을 못할 일이 있겠는가. “미국 경제는 우리가 끌고 간다”는 자신감으로 이 어려운 경제난을 뚫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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