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걷혀
효율적 집행위한 충격요법
생활고 시달려 못내면 제외
감치요건 확인 시스템등 급선무
법무부가 1월 발표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 내년 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1,000만원 이상 상습 과태료 체납자’에게 감치(監置)라는 충격요법을 적용키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과태료는 현행 행정제재 수단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강제집행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과태료를 납부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절반만 걷히는 과태료 과태료는 주차위반, 생활폐기물 무단투기 등 비교적 가벼운 법규 위반자에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금전상의 처벌이다.
이들을 모두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소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경우, 전과자를 다량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로 과태료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돈을 내지 않더라도 제재 방법이 없는 과태료 제도는 그 효용성 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행정연구소가 법무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4월~11월 행정제재 수단의 적절성 및 실효성을 조사한 결과, 과태료는 2002~2003년에 모두 3,900만 건(부과금액 2조2,500억원)이 부과됐지만 거둬들인 금액은 1조 1,294억원에 그쳐 집행률이 50%에 불과했다.
비슷한 행정제재 수단인 과징금은 같은 기간 부과금액 3,606억원 중 3,048억원이 납부돼 집행률 84%를 기록했고, 범칙금은 4,817억원 중 3,955억원이 납부돼 집행률이 83%였다.
행정허가와 관련된 과징금은 미납시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지고, 도로교통법 위반 등에 적용되는 범칙금은 미납하면 즉결심판에 회부되기 때문에 집행률이 높다. 미납하면 노역장에 유치하는 벌금의 경우는 집행률이 99%에 이른다.
미납시 제재 수단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상 금전부과 벌칙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과태료처럼 미납시 처벌수단이 없는 추징금의 경우 지난 해 거둬들인 금액이 전체의 3.7%에 불과했다. 추징금 미납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대검은 지난 5월 노역장 유치 등 추징금 납부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전산관리시스템 추진 과태료 집행률이 떨어졌던 이유 중에는 과태료 부과와 집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크다. 현재 600여 개 법률에 과태료 규정이 있고, 거의 모든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과태료 부과와 집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납 실태에 대한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는 한국행정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고 거의 모든 부처에 일일이 자료협조를 요청해 겨우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때문에 ‘1년 이상+3회 이상+1,000만원 이상’이라는 감치 요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과태료 부과 현황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전산시스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과태료 전산관리시스템 개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한 행정부처가 특정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때 다른 기관에서 그 사람에게 부과한 과태료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감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해당기관은 검찰에 감치 재판 청구를 요청하게 된다. 물론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생활고 미납자는 제외 행정기관으로부터 감치재판 청구를 요청받은 검사는 ‘피청구자가 과태료를 낼만한 돈이 있는데도 내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과태료를 미납하고 있는 사람과, 악질적인 고의 체납자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증거가 확보되면 검사는 법원에 정식으로 감치 재판을 청구하게 되며, 감치 재판에는 반드시 당사자가 출석하도록 되어 있다.
재판부는 감치의 적정성을 따져 30일 범위 내에서 최종 며칠을 감치할지 결정을 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감치 결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이라도 과태료를 내면 즉각 석방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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