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후배가 일전에 서로 돌려보자며 서너권 가지고 온 책 중에 눈에 확 띄는 책이 있었다. 일본작가 소노 아야코가 쓴 것으로 책제목이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이다.
내 탓, 남의 탓이 서로 뒤엉켜 사람관계에서 치도곤이를 당하며 사는 것이 요즈음의 내 현실인지라, 어디 깊은 산속이나 한적한 시골 같은 데 가서 한 일년만 지내다 왔으면 하고 바란지가 여러 해 되었다.
사람들한테 부대끼지 않고, 의무나 역할로부터 벗어나 그냥 자연인 나 하나로 존재해보는 일, 그렇게 얼마간 살아보았으면… 어려운 일이지만 잘 생각하고 계획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은 그 도저한(?) 꿈을 요즈음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꾸고 또 꾸어본다.
자질과 함량부족으로 며느리노릇, 아내노릇, 동생노릇, 친구노릇, 교우노릇 등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잘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요즘 들어 더 부쩍 절감되면서, 자꾸 도망갈 구석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하늘 아래 그 어느 곳도 사람 없는 곳이 없을테고, 또 무서움증이 많아 혼자서는 일주일도 못 버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좀 지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늘 바지런해야 하고, 어른한테 잘해야 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힘들거나 아픈 사람 외면하지 말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엄마한테 들었고, 내 스스로도 그렇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나는 늘 그 목표에 반의반도 미치지를 못했다.
남보다 선하지도 않고 능력도 부족하여 안간힘만 쓰다가 제풀에 꺾인 나를 보고, 나를 잘 아는 선배는 훌륭한 사람 증후군(?)에서 이젠 좀 탈피하라는 약이 되는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성정이 유연하거나 부드럽지도 않으면서 인정은 쓸데없이 많아 남의 청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씩씩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남한테 아픈 말은 들으면 뒤에서 징징 우는 내가 안타까와서 보다못해 해준 충고일 것이다.
암튼 그러고 헤매고 있던 참에 ‘사람으로…’라는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좋은 사람 노릇하기에 신물이 났거나, 그만 지쳐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서문만 읽고도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사람으로…’라는 책 중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서로 용서하라는 자가 되라는 말을 들어도, 우리들은 아무에게나 그렇게 마음을 탁 터놓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단지 거기에 절충안은 있습니다.(그런데 하나님이 이런 적당한 방법을 좋아하실 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만약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그 사람을 욕하지 말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멀리하며,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줍니다”
또 이런 말들도 있었다. “남들이 혹시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면 남들을 미워하게 됩니다. 남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도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딱히 나에게 특별한 악의가 없는 한, 남들의 악의를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다른 한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경우도 세상에는 흔한 일이니까요.”
“인간은(아니 나는) 무엇을 받은 것을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은 쩨쩨하리 만큼 잘도 기억하고 있어, 나중에라도 내가 베푼 것을 공치사하고 싶어합니다.”
늘 좋은 사람노릇을 하다 어쩌다 한번 실수로 상대방을 아프게 하면,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사람이 되지만, 쌀쌀맞고 냉정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한테는 기대하는 바가 적다. 따라서 욕을 먹거나 비난받을 이유가 없고, 또 그런 사람이 어쩌다 고맙게 해주면, 사실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오해를 했군,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어찌 상처받는 일 없이 살 수 있으랴. 사실은 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남한테 무수히 많은 상처를 냈었을 것을. 상대방을 이해하고 오래 참아줌이 모범답안이겠지만 그렇지만 가끔은, 상처 준 상대방에 연연해하지 말고 상대를 잊어주는 것, 그것도 쿨 한(?) 방법이겠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해본 생각이다.
사람관계에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이라는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권해본다. 진통제처럼 잠깐은 효험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영화 <자영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