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성(뉴저지)
요즘은 한국신문을 보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상황이 온통 비리, 부정 부패의 온상인 듯한 사건만 계속 터져온 데다 밝은 미래와 희망찬 비전이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다.정치권이나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계까지 타락할 대로 타락한 우리네의 수준과 실상이 참으로 암담하다.젊은이들까지 전쟁이 발발하면 외국으로 도망을 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반미, 반제국주의 어쩌고 떠들던 군상들이 미국 이민은 아귀다툼을 하며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 실정, 미국 유학생 수가 국가를 제치고 단연 제일이라는 숫자가 무얼 말해주는 건지 너무나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신문을 보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고는 했지만 오늘 다시 또 보지 않을 수 없는 한국신문을 훑어보다가 한국일보 사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본사 이사로 계속 예리한 필치를 명쾌하게 휘두르는 장명수님의 ‘법을 짓밟는 특별법’을 읽고 대체 어쩌려고들 이러는가 싶어 다시 졸필을 옮긴다.
어느 국가이건 국가 안보를 위해 정보국이나 유사 기관 부서들이 있게 마련이고 국가가 부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활동 중에는 적법적으로 필요한 도청 등 감시망을 통한 요주의 인물에 대한 관찰을 위한 집중적인 유무선 감시가 수반되는 것은 일반인들도 주지하는 바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도청사건에 대해서는 일언해서 옛 안기부의 도청행위가 새롭거나 놀랍지도 않은 과거의 상처이다. 당시에는, 사실상 38도선 이북의 극악무도한 김정일 체제가 존속하는 한은 불가피한 방책으로 북괴가 남파시키는 간첩들과 고정첩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다. 이를 정권 유지 목적에 악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도청을 행사한 데서 야기된 폐단으로 응당 중단되어야 할 일이다.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 타도’를 외치고 일생을 민주열사로 애국애족을 위해 몸을 바쳤다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에서도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집권한 후에도 부패와 권위주의 등 그 악습이 지속됐으니 황당하다고만 말해서 끝날 일이 아님을 밝혀두는 바다.
중략해서, 작금의 도청테이프는 물론이고 남은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국민감정 때문에가 아니라 이를 이용해서 더 불리한 쪽이나 특정 정당 및 인사들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공개하려고 하는 현정부의 태도는 더더욱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장명수 칼럼니스트의 결론을 인용하면 “도청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바로 불법이고, 불법적인 행위이다”라는 것이다.나는 원래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정치를 할 능력이나 그런 위인으로 태어나지도 못해 이런 소릴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참으로 한심한 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미국을 보면 역대 대통령을 비롯하여 상원, 하원의원 등 정치하는 분들의 다수가 법대를 나왔거나 변호사 출신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런 분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헌법을 받들어 국사를 법대로 집행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전력투구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해서 법대 출신 또는 사법고시를 거친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없는 나라로서, 변호사 출신으로는 노무현대통령이 유일하게 처음이다. 불행하게도 이 분이 인성교육이 안 되어 있어 그런지? 다른 학문이나 견문이 취약? 아니면 지도자 경력이 일천해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도통 ‘법대로’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지도력을 발휘하는데에 큰 문제가 있다. 국가의 큰 불행을 초래할 위험소지를 다분히 갖고 있는 듯,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주위 인사들이 취하는 언동을 모든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재언해서, 금번 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목적으로 ‘특별법’을 또 제정하겠다고 나오는 여당의 속셈이 가당치 않을 뿐 아니라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차제에 ‘법대로’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을 엄중하게 단죄하고 다시는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법적조치를 취하고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진정으로 과거의 불행을 막는 길이다.특별법이란 국가임무 수행상 필요하면 적법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처럼 ‘현행법’을 정면으로 짓밟으며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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