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예정지는 대만해협 근처. 결국 산동반도 앞 황해 상으로 바뀌었다. 참가 병력 10만에, 러시아 최신예 전폭기에서, 중국의 핵잠함까지 동원되는 사상 최대의 중· 러 합동 기동훈련은 8월18일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모항인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만의 인파가 크리스찬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이 모임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전시회다. 그 참상에 미국의 젊은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나님이 북한 주민의 목소리가 되라고 우리를 부르셨다.’ 데보라 파익스 미들랜드그룹 회장의 말이다.”
하나는 중국 발 기사다. 다른 하나는 텍사스 발. 2005년 8월이란 시점에 거의 동시에 전해졌다. 무력시위와 기도모임, 언밸런스다. 그렇지만 뭔가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분단의 역사일 뿐이다. 아니, 그보다는 해방 60년으로 보아야 한다. 광복의 달력이 한 갑자(甲子)를 지났다. 역사 순환의 새로운 시점. 이 광복 60주년을 맞아 쏟아지는 담론들이다.
아무래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해방 이후 60년의 시기를 ‘작용’보다는 ‘반작용의 시기’로 보는 경향 때문이다.
식민통치 잔재, 남북전쟁과 분단, 독재, 부패, 빈곤 등으로 점철됐던 60년이라는 거다. 이런 부정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했다는 데에서 반작용의 시기라는 주장이다.
거기에 좌파논리가 슬며시 얹혀지면서 뭐든지 ‘청산’쪽에 무게가 실린다. 비뚤어진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 역사도 청산 대상이 될 판이다. 한미동맹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1945년 9월8일로 기록돼 있다. 한반도 주둔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 위해 미군이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한 날 말이다. 당시 미군은 해방군으로 환영을 받았다. 이후 미군은 대한민국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건국, 6.25, 한미동맹, 산업화 등 역사의 고비마다 주요 배경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미군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맥아더는 전범(戰犯)이고, 미군은 민족분단의 주범(主犯)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주장과 함께 강정구 교수라는 사람이 한 말로, 그 극단의 시각이다.
동시에 던져지는 화두는 이렇다. 한국과 미국은 과연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새삼 제기되는 질문이다.
‘Rohing’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미관계와 관련해 미국의 주요 기사에 가끔 나오는 단어다. 한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 또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돼 쓰인다. ‘노무현식으로…’이란 뜻이다. 우려와 불쾌감의 표시로 극도의 실망, 배반감 같은 게 묻어 있다.
명색이 혈맹이다. 그런 미국을 북한과 도덕적 동렬에 놓고 본다. 한국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의 뒤에는 한국정부가 있다. 여기서 오는 실망에, 배반감이다. 그리고 북한문제와 관련해 착각과 포퓰리즘으로 일관된 정책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동맹으로서 일말의 우려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동맹이 유지될까. 안 된다. 아니, 그보다는 동맹을 깨야 한다. 주로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논객들의 전망이자, 주장이다.
동맹은 그러면 결국 깨지고 말까. 아닐 것이다. 한미관계의 초점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공통된 가치관의 영역으로 확대할 때 전망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 등 수출에서 한국은 세계 랭킹을 다투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수출품이 있다. 선교사다. 매년 1만2,000여명의 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한다.” 한 미국의 한국통의 지적이다. 한미 간의 크리스찬 연대가 동맹의 와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탈북자를 돕는 게 교회다. 그래도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열과 성을 쏟는 게 교회다. 이뿐인가. 미국교회와의 굳건한 연대와 함께 북한 인권법의 미 의회 통과를 도왔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펼쳐진 KCC(한미기독교회연합) 운동이 그 모체다.
기독교란 색채로 볼 때 한국은 중국, 북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의 기독교도들은 끊임없이 박해에 시달리고 있고 김정일 체제는 기독교 말살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냉전은 끝났다. 그렇지만 한국은 또 다른 거대한 전쟁의 최전방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권과 다른 세력과의 투쟁이다.” 누가 한 말이던가. 마치 예언처럼 들린다.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을 박멸하려는 체제와의 싸움, 인권전쟁이 미국에서, 또 이제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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