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비즈니스 기획자 테리 송씨
“라스베가스는 도시 자체가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갑니다. 더 이상 카지노 손님만 모여드는 도박의 도시가 아니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리조트 성향이 강해졌고, 쇼 비즈니스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회사 ‘쓰리 스톤’(3 Stone)의 테리 송(한국명 전영자) 회장은 60의 나이에 ‘라스베가스 쇼’에 인생을 건 여장부다. 지난해 연말 라스베가스 힐튼호텔에서 열렸던 한국가수 이정현과 조관우 디너쇼를 기획한 장본인이 바로 그녀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어조가 타고난 비즈니스 우먼이란 인상을 주지만, 그녀는 이화여대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클래식 음악가.
과거 자선음악회를 통해 첼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해온 그녀가 라스베가스 쇼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기까지는 책을 내도 모자랄 만큼 화려한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TBC와 KBS방송 음악프로 MC로 활동하다가 1975년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이민 온 그녀는 의사 남편 뒷바라지하고 딸 둘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틈틈이 첼로 레슨을 했고 뉴욕으로 친지들이 찾아오면 관광가이드를 도맡았던 그녀는 활달한 성격 탓에 대인관계가 유난히 좋았다.
당시 뉴욕 방문객에게 카지노가 몰려있는 뉴저지의 애틀랜틱시티는 관광 필수코스. 친지들 중에 거물급 인사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카지노로부터 VIP 대접을 받았고, 귀빈을 몰고 다니는 그녀를 카지노가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시저스(Caesars) 부사장으로부터 한국담당 마케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거듭 받으면서 그녀는 카지노가 지니는 화려함에 호기심을 느꼈고, 시저스 호텔 마케팅 매니저로 카지노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그녀의 삶은 영화에서나 보던 상류사회 그 자체였다고 한다.
한국 마케팅은 시작에 불과했고, 중국, 동남아, 중동 아시아로 영역을 넓혀가자 도널드 트럼프가 운영하는 트럼프 플라자(Trump Plaza), 쇼보트(Show Boat), 타지마할(Taj Mahal) 등 최고급 카지노들로부터 그녀에게 스카웃 제의가 이어졌다. 바이얼린을 전공하고 대만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지금의 남편과도 카지노에서 만났다.
“가장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두 딸이에요. 큰딸은 힐튼호텔 마케팅을 하다가 요즘은 뷰티용품 회사를 운영하고, 작은딸은 힐튼호텔 컨벤션 매니저로 일하죠. 둘 다 서른을 넘긴 노처녀지만 딸들이랑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시집을 가면 어쩌나 걱정스러울 정도죠. 라스베가스로 터전을 옮긴 것도 두 딸 때문이에요”
딸들과 함께 살고 싶어서 마케팅 부사장 직함까지 내던지고 달려온 라스베가스는 그녀에게 또 다른 인생의 문을 열어주었다. 예술적 소양에 사업가적 기질을 겸비한 그녀에게 환상적인 라스베가스 쇼의 매력은 혼자만 즐기기 아까운 문화상품이었던 것.
대만인 남편과 북경에 거주하는 아버지 전창식 교수(북경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자)를 기반으로 라스베가스 쇼의 아시아 진출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주로 라스베가스에서 장기공연을 마친 쇼들이 대상이었다. 최근 10년 사이 괌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극장식 쇼가 흥행하면서 화려하고 볼거리 넘치는 라스베가스 쇼 유치는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다.
“쇼 비즈니스 세계가 그래요. 편당 수천만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쇼라도 관객이 많이 들면 열렬한 환호를 받고 생명이 지속되지만, 관객이 줄어든다 싶으면 막은 냉정하게 내려가죠”
예술과 사업적 만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쇼 비즈니스 세계는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의식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의 일정도 빡빡해 오는 11월 라스베가스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조관우와 장나라 콘서트가 끝나면, 12월말 중국 투어를 시작으로 내년 2월에는 한국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스베가스가 낳은 세계적인 마술사 릭 토마스(Rick Thomas)의 매직쇼가 펼쳐진다. 이 모두가 그녀가 기획한 쇼들이다.
“앞으로 아시안 출연진으로 구성된 라스베가스 쇼를 제작하고 싶다”는 그녀는 인생의 변화를 스릴있게 즐기는 실버 신세대다.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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