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통령이 탈북자 강철환씨가 쓴 ‘평양의 수족관(The Aquariums of Pyongyang)’(한국에서 발간된 책명은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이란 체험수기를 읽었다는 기사가 나더니 지난 6월14일에는 저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40분간 면담을 하였다. 부시대통령이 그 바쁜 중에 그 책을 읽고, 그를 불러 면담까지 했다면 한국인인 나도 한번 읽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부담을 느껴 읽었다.
제주도 출신인 저자의 조부모는 가난을 피하여 일본으로 이주하였다. 그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사회에서 이방인으로서 겪게 되는 갈등으로 인해 특히 할머니가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되고 결국엔 전 가족이 북송선을 타게 되었다.
조총련에서의 열성적 활동경력과 많은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조부모 덕에 북한에서도 다른 북송자들 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살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론가 끌려가고 가족들은 요덕 강제수용소로 이주를 당한다.
저자는 평양에서의 어린 시절에 물고기 키우는 취미가 있어 여러 개의 어항들을 갖고 있었다. 그는 9살 때 그냥 이사가는 줄만 알고 그 중 하나를 가지고 갖고 갔다. 물론 사람도 생존하기 힘든 강제수용소에서 물고기들은 다 죽었다.
그후 10년간 그 곳에서 인간이기를 거부당하면서도 목숨을 끈질기게 부지해 가는 처절한 과정을 기록하였다. 자신의 판단착오로 인해 온 가족이 겪는 지옥 같은 고통을 보면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던 할머니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사후에 가족들은 수용소 생활 10년만에 풀려 나게되었고 저자는 지상지옥인 북한땅을 떠나 탈북자로 남한에 정착하였다.
“이런 일들이 정말로 일어났고 아직도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일까”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들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다. 옥수수로 연명하는 가족들이 단백질 결핍증세를 보였을 때 저자가 쥐를 잡아 먹여 간신히 해결하였다는 장면은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미국의 남북전쟁말기에 남군이 버지니아의 피터스버그시에서 북군에게 10개월간 포위 당하였을 당시 시내의 개, 고양이는 물론 쥐까지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그것도 자국정부가 국민들을 이렇게 다룬다는 것이 이해되질 않는다.
현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주된 목표는 정권보장과 경제원조이며 한국은 북핵 해결과 한반도 안정유지이다. 미국의 시급한 목표는 북핵 해결이다. 인권문제는 회담의 저해요소로서 당사자인 북한은 물론 남한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거론자체가 타부시 된다. 개발독재에 저항하여 인권을 외치며 투쟁하던 남한의 386세대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함구무언인 것에 대해 늘 궁금했었다.
구 소련의 정치범 수용소에 오랫동안 수감되었던 나탄 사란스키에 의하면 자유사회에서는 연좌제, 재판 없이 수용소 감금, 강제노동 및 학대행위 등을 인권유린이라고 하지만 공포사회에서는 인권이란 것 자체가 없으므로 유린도 없다. 없는 북한의 인권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유지가 우선인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의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우방이 되고 싶다”고 했으며 더나가 “미국과 북한이 왜 우방이 될 수 없느냐”고 반문하였다.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이념으로 하는 미국이 독제 체재의 북한정권을 보장하고 또한 우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김위원장은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잠시 언급을 접어 둘 수밖에 없다고 하자. 하지만 미국 대통령과 미국민들도 읽는 이 책을 한국 대통령과 한국민들도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고 하여 그들의 인권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북한 국민들도 인간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이 책은 그들의 인권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모든 것이 당연히 주어진 듯 느끼며 자라는 2세들에게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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