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교육학박사)
한국 교육부는 대학 입학제도에 있어서 3 불가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요 대학들은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3 불가란 대학 입학전형에 있어 고등학교 등급 차별, 기여입학제도, 대학이 주관하는 입학 본고사를 말한다. 그 내용의 찬반 보다는 교육부가 대학입시정책에 절대적 권한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신입생 전형에 교육부가 아직도 간섭하는 것은 대학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입시행정 능력을 믿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사실 오랫동안 입시요강 뿐만 아니라 신설 학과의 인정, 신입생의 정원 수, 그리고 총장 영입방법 등 모든 문제를 대학은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실시해 왔다. 물론 교육부가 어린 아이를 다
루는듯한 이런 정책을 실시하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 대학, 특히 사립대학은 과거 50여년 동안 학생의 질적 교육은 무시하고 양적 증가에 전심을 쏟아온 것이다.
학생수가 학교 운영 재정 확보의 근원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소위 일류 사립대학도 지방에 불교를 설립하여 학교 확장에 앞장 서 왔다. 총장 선출에는 일반 정계 선거와 같은 향연 방법 등을 동원하여 교수의 권위를 떨어뜨려 왔다. 입학 실기시험에는 커튼을 쳐 교수와 지원자를 격리시킬 만큼 교수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교육을 상업화 시키며 대학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처사에 대해 교육부가 관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대학의 역사도 반세기가 넘었다. 그동안의 시행 착오를 거쳐 대학도 각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전체 대학 정원에 비해 지망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학생 정원 확
보를 위해 학생을 위주로 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교수 학생간의 비율, 제반 연구시설, 장학금 급여 등을 통한 질 높은 교육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교육부는 대학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입학전형을 비롯하여 제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겨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이다. 더우기 수시로 변경해온 교육부 주관 대학입시정책이 중등교육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육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아니해야 할 것이다. 그간 중등교육 정책의 실패로 대학입시가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 왔고 학생은 학교교육 보다는 과외수업에 중점을 두는 기현상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특활이나 정서교육은 무시되었고 과외수업에 지출되는 사교육비는 사회 문제가 되어 온 것이다.
교육부는 상의하달 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서는 안된다. 모든 문제를 일선 기관이 먼저 해결책을 연구하도록 권장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적 방식이라 하겠다.각 학교가 창의성을 가지고 각자의 정체성을 이루어 나갈 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학 교육은 말할 것 없고 초 중등학교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즉 연방정부 보다는 50개의 주 교육청과 그 산하의 수많은 지방 교육구가 자주성을 가지고 있으니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한 예로, 뉴욕시는 블룸버그시장이 들어서면서 중앙교육위원회.와 33개 지방 교육위원회를 해산하고 시장이 직접 교육감을 임명하는 제도를 택했다. 최근에 그는 7학년의 성적 부진 학생의 유급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미네소타주에서 시작한 Voucher 제도로 인해 성적이 저조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정부 보조로 사립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삼 불가 중 입시전형에 고등학교를 상호 비교하여 성적을 참작하는 것이나 논술고사를 도입하여 주관적으로 학생의 능력과 성품을 관별하고자 하는 것을 교육부가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점수 위주보다 평등한 평가 방식이라고 본다.현 정권은 사쇠정의 차원에서 학교사회에서 계층의 차를 두지 않으려고 평준화를 주장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평준화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각 대학이 가지는 이념과 그 대학의 수준에 적합한 학생을 자유로이 선발할 수 있을 때 효과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면 뒤떨어진 한국 대학도 세계 우수대학 대열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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