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한인사회에 한국식당이 한개인가 두개인가 있었던 아주 초기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 식당의 주인과 불화관계가 된 주방장이 주인이 미워 식당을 망하게 할 궁리끝에 음식에 고기를 뭉텅뭉텅 집어넣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손님들이 늘기 시작하
더니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식당이 망하기는 커녕 오히려 번창하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주방장의 고백으로 전해지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재료를 아낌으로써 경비를 절약하면 비즈니스의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와 반대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나 필요한 것을 채워 줄 때 그 비즈니스를 찾게
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댓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를 얼마나 만족스럽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가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있다. 소비자가 왕이란 말이다. 예를들어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세탁소의 경우 소비자가 셔츠 세탁을 맡겼을 때 항상 불만스러운 것은 칼라의 앞부분이 깔끔하게 다려지지 않고 찌글어졌을 때이다. 셔츠 한장에 1달러 50
센트 내지 2달러정도 하는 가격을 내면 셔츠를 기계로 다리기때문에 이런일이 가끔 발생하는데 그렇다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장에 6달러 정도하는 손다림질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때 기계로 다려온 셔츠의 칼라를 체크하며 찌글어진 것을 조금만 손질하여 깔끔하게 해 준다면 그 세탁소에서 요금을 좀 세게 받는다고 해도 고객이 날로 늘게 될 것이다. 또 델리가게에서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베이글을 주문했다고 하자. 어떤 가게에서는 베이글을 구울때 굽는둥 마는둥 시늉만 하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베이글을 새까맣게 태워 숯덩이를 만들
어 놓는다. 그러면 한번 갔던 소비자가 또 찾아 가겠는가. 베이글을 노릇노릇하게 잘 굽고 크림치즈도 적당한 양을 발라서 맛좋은 커피와 함께 내놓는다면 소비자는 그 가게에 호감을 가지게 될 것이고 다른 물건도 그 가게에서 사는 단골고객이 될 것이다.
청과가게에서 파는 바나나는 잘 익었을 경우 금방 먹기는 좋지만 사온지 하루만 지나도 썩기 시작하고 익지않은 새파란 바나나는 오래 가지만 금방 먹기에는 너무도 맛이 없다. 대부분의 청과가게에서는 신선도 위주로 새파랗게 덜익은 바나나를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에
도 잘익은 바나나와 덜익은 바나나를 적당한 양으로 함께 진열해 놓는다면 소비자는 금방 먹을 바나나와 며칠 후까지 먹을 바나나를 함께 살 수 있으니 이런 가게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한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소매업은 무엇보다도 목이 좋아야 하는데 목만 좋다고 장사가 저절로 잘 되는것은 아니다. 거기에 고객의 만족도를 높히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 예를들어 환자가 아파서 의사를 찾을때 집앞에 있는 의사라고 찾아가지는 않는다. 좀 먼거리에 있더라도 병을 제대로 진단하여 잘 치료한다고 알려진 명의를 찾아가는 것이 상례이다. 차이나타운은 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5애비뉴에는 명품을 샤핑하는 인파가 물결을 이루는데 이들이 모두 가까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멀리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인 비즈니스는 대부분 동네 장사이지만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기위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마켓을 5블럭에서 10블럭으로 늘릴 수도 있다.
몇일전 한인타운 중심부에 또 하나의 대형식당이 새로 문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식당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당이 하나 더 생긴다고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한인타운에 식당이 늘면 외국인들에게 식당가로 더욱 널리 선전되는 측면도 있다. 식당마다 특색있는 메뉴
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식당이 많을수록 외국인 미식가들을 더많이 끌어들일수 있을것이다.
지금 한인 비즈니스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상이 줄어드는 것이 고민거리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이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길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업에는
문외한인 필자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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