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호랑이 새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호랑이의 성질이 워낙 사나워서 우환거리였다. 주인과 마을사람 다섯 등 모두 여섯 사람이 모여 의논한 결과 호랑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 대신 이빨과 발톱을 빼게 하면 안전하리라고 생각했다. 호랑이에게 이런 제의를 했더니 호랑이가 하는 말이 “내가 만약 이빨과 발톱을 빼 버리면 먹거리를 사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달려들어 몽둥이로 나를 때려잡을 것이니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랑이에게 평생 먹을 것을 대주고 주인만 마을에 남긴 채 모두 마을을 떠나 주었다. 그런데 호랑이 새끼는 이빨과 발톱을 빼지 않고 더 억세져서 결국 주인을 잡아먹고 말았다. 이솝우화 같은 이 이야기는 북한의 핵문제를 빗대어 한 번 만들어 본 이야기이다.
북한이 1년 이상 거부해 온 6자 회담장에 오는 27일에 나오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을 회담장에 끌어내기 위해 미국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다독거렸고 한국은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겠다고 비위를 맞추었다.
그래도 6자 회담이 될까말까 했는데 결국 7월 27일에 열린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7월중에라도 할 수 있다”고 한 말대로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핵 회담은 결국 김정일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한국의 콧대를 어느 정도 꺾어 놓았으니 이제부터는 회담을 슬슬 시작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된 6자 회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진다. 북한은 회담을 하다가 수틀리면 다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게 하려면 북한의 비위를 계속 맞추어 주어야 할 것이다.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북한은 뉴욕타임스의 발행인과 칼럼리스트를 초청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3~4년 내에 원자로 공사가 끝나는데 6자 회담에서 최종 합의가 도달될 때까지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력으로 저지하려고 하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을 완전히 흑싸리 껍데기로 보고 하는 말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6자 회담의 앞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북한은 처음부터 미국을 회담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 핵문제를 빌미로 한국으로부터는 우려낼 수 있는 대로 돈을 우려내고 진짜 할 이야기는 미국과 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안전보장과 체제 보장을 빌미로 내세워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없앰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몰아내려고 기도할 것이다. 북한이 벌써부터 한반도의 비핵화와 군축문제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 이런 기도를 암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군축, 평화협정은 모두 좋은 말이다. 이대로만 되면 우리 민족의 앞날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러나 북한이 그런 것을 주장할 때는 그 뒤에 무서운 흉계가 있으니 그게 문제이다. 한반도에 평화 상태가 되어 미군이 물러가면 남한은 급격하게 친북화 하게 될 것이다.
기회를 포착한 좌익 정치인과 선동적인 좌익언론,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일부 국민들이 홍위병처럼 날뛰면서 남한 전역이 붉은 깃발의 물결에 뒤덮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김정일이 남한을 적화 통일하는 것은 손 안대고 코 푸는 일처럼 거저 먹을 수 있는 일이 된다.
북핵 문제에서 북한에 질질 끌려가는 것은 전쟁이 날까봐 무서워서 그러는 것인데 무력을 앞세우는 독재국가를 평화적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히틀러가 군비를 강화하면서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을 합병하려고 할 때 유럽 각국은 뮌헨회담에서 독일로부터 더 이상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수데텐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 회담의 주역인 영국 수상 체임벌린은 자신의 노력으로 유럽에 전쟁을 모면했다고 생각했으나 독일은 그 후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하고 독소 불가침조약을 맺은 후 폴란드를 분할 합병했다. 그제서야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과 전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6자 회담이 열린다니까 북핵 문제가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6자 회담이 호랑이 새끼를 길러 결국 그 호랑이에 잡혀 먹히는 회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의 술책을 경계해야 하며 당근 뿐 아니라 채찍도 반드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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