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 “형제있는 아이들 비해 인성성숙 차이없어”… ‘교육 성취도’엔 더 유리
무남독녀 외동딸, 독자가 흔한 세상이다. 미국에서 자녀가 달랑 하나뿐인 가정은 1,500만세대이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 서구에서 이런 가정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자녀가 여럿이던 전 세대에는 형제 자매없이 외롭게 자라는 외동딸이나 독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잣대로만 세상을 재는 편협한 존재들이며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이 부족해 사교에서 왕따 당하기 쉽다는 등. 그러나 독자나 무남독녀 외동딸을 둔 가정이 보편화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쏟아지는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부모의 유일한 자녀로 자라는 것이 이익은 있을지언정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방법만 옳다면 말이다.
우울증·적대감·신경불안 증세
중국선 되레 형제있는 아이가 더 심해
과잉보호 말고 절제력 가르쳐주면
대인관계·사회성 등 큰 차이 없어
LA 한인타운의 한 인사가 인터뷰 때 말했다. “6남매 중 막내로 자랐습니다. 그러니 눈치가 얼마나 발달됐으며 생존력이 얼마나 강했겠습니까 ? 자생하기 위한 그 능력을 사업에 접목시키다 보니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자녀가 하나뿐인 부모는 “우리 아이는 어떡하나?”라며 지레 걱정을 하게 된다. 혼자 자라서 이기적이며 타인과 타협할 줄 모르고 형제자매에게 시달리며 경쟁해 본 적이 없어서 매사에 느려터진 데다가 자기만 알아달라고 하는 자기 중심형에 게다가 외로울 텐데. 더구나 부모가 늙으면 혼자 부모봉양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는 불쌍한 처지. 이렇게 부모는 하나뿐인 자녀에 대한 연민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부모의 연민에 찬 양육태도야 말로 혼자 자라는 아이가 문제의 소지를 안게 하는 것이지 결코 독자, 외동딸이라는 신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자라는 아이들도 형제 자매 속에서 자란 아이들과 별 다를 게 없다.
19세기 말의 유명한 심리학자 스탠리 홀, 지그문트 프로이드, 알프레드 애들러 등은 “독자나 외동딸들은 독립심이 결여되어 있어 결국에는 무능한 존재로 떨어지고 만다”는 등의 혹평까지 해가며 혼자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조장했다.
그러나 독자나 외동딸이 폭증하고 있는 요즘 여기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조직적인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됨으로써 전 세대 심리학자들의 편견에 질타를 가하고 있다.
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토니 팔보교수는 ‘부모의 유일한 자녀’에 대한 연구를 30년간이나 해왔다. 미국과 아시아를 상대로 연구한 팔보 교수는 독자나 외동딸이 사회적, 지적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혼자 자란 아이들과 형제 자매속에서 어울려 자란 아이들 사이에서 성숙도, 감정의 안정도, 인기, 문화 인지도 등에서 별반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독자나 외동딸이 교육 성취도는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부모들이 들이는 시간과 돈이 한곳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외에 지난 30년동안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라며 인구억제 정책을 펴왔던 중국에서 실시된 조사도 있다. 중국의 안후이 프로빈셜 병원에서 2002년 형제 자매가 있는 대학생 134명과 혼자 자란 대학생 126명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오히려 적대감, 우울증, 신경불안증 등은 형제 자매 속에 자란 학생들이 더 많이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4년 북경의 차이니즈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에서 형제 자매가 있는 444명의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 학생과 혼자 자라는 같은 학년 학생 473명을 비교 검토한 결과 학습동기, 대인관계, 지시대로 움직이는 태도 등에 전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성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성취도, 대인관계에서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독자나 외동딸을 기르는
부모가 주의해야 할 사항
혼자라고 연민 말고
지나친 칭찬 삼가고
스스로 하게 키워라
둘째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선택일 수도 있지만 자녀에게 형제나 자매를 주지 못한데 대한 죄책감을 지나치게 가질 필요가 없다. 항상 혼자 놀아야 되니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또 자매나 형제와 맺을 수 있는 결속력 결핍에 대한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패닉상태로 안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뉴맨은 독자나 외동딸을 가진 부모는 “내가 3∼4명의 자녀를 가졌다고 해도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인가 ?”를 스스로 자주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독자나 외동딸을 기르는 부모가 저지르기 쉬운 일반적인 실수는 7가지이다. 과잉 집착, 과잉 보호, 통제력 기르기 실패, 지나친 연민, 완벽지향, 지나친 칭찬과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는 것.
이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과잉보호와 절제력이나 통제력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고 혼자 자라는 아이들에 관한 매거진 에디터인 알렉시스 화이트는 지적하고 있다. “과잉보호 속에서 절제력을 배우지 못하고 자라면 아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게 될 공산이 크다”고 그는 지적하며 적당한 울타리를 쳐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재량권을 발휘하게 해주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면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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