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롱아일랜드)
<야누스의 얼굴> ‘Janus-Faced’이라는 말이 있다. 웹스터스 사전에는 그 말의 뜻을 ‘Deceitful’이라 기록하고 있다. 거짓, 사기, 허위, 속임수, 교활함 등의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다 함께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이중인격자>란 말이다. 이중 인격자란 다름 아닌 두 얼굴의 소유자인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고 농간을 일삼는 자라면 얼굴인들 어찌 둘 뿐이랴! 그런 사람의 얼굴을 가리켜 ‘철면피’라 말한다.
어느 개인이건 또는 집단이건 야누스의 얼굴로 풍자된다는 것은 매우 창피스럽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야누스는 원래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고대 로마의 동전에 새겨진 그 실상을 보면 머리는 하나인데 얼굴은 둘을 가지고 각각 반대 방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야누스 신의 표장(標章)은 ‘열쇠’와 ‘몽둥이’이다. 열쇠는 문을 여닫는 일에 사용되고, 몽둥이는 남을 쫓아버릴 때 쓰인다. 그러니까 야누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무 문이나 함부로 여닫으며 사람을 때려 내어 쫓기도 한다는 뜻이다.
로마 신화에 의하면 수지화풍(水地火風)이 아직 분화되지 못한 한 덩어리의 혼돈상태에 있다가 저마다 혼돈(Chaos)에서 갈려 나가게 되자 <카오스>가 <야누스>로 변형 되었다고 한다. 야누스의 얼굴이 두 개인 것은 그 원래의 뒤죽박죽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두 얼굴의 인간을 말하자면 영국의 작가인 로버트 스티븐슨이 쓴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지킬 박사는 인격이 원만하고 후덕한 사람인데 그가 만든 요상한 약을 마실 것 같으면 포악하고 무모한 인간으로 변질되어 온갖 만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희랍 신화에 나오는 신 가운데 아폴로와 디오니소스가 있는데 전자는 이성의 신이고 후자는 술(酒)의 신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가운데 인간의 이중성을 개탄하고 있다.(롬 7:19-21) 맑은 태양 아래서는 옷을 단정하게 입고 예의 범절을 갖추어 언행을 삼가다가도 해가 지고 어두워진
밤에는 언행을 아무렇게나 하여 온갖 추태를 연출하는 것이 모든 인간들의 보편적인 양상인 것 같다. 낮에는 점잖은 지킬 박사로 행동하다가 밤이면 하이드가 되어 개판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양면성은 인간 자신이 보아도 구토증이 날 지경이다.
노(魯)나라의 실권을 쥐고 부정을 자행하던 계강자(季康子)가 하루는 공자에게 찾아가 정치의 묘책을 물어보았다. 공자는 “政은 正을 의미한다. 그대가 위에 서서 먼저 正道를 갈 것 같으면 그것이 政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즉 정치의 政자는 正자와 자의
결합인데 자는 한자에서 동사를 표시하는 기호이며 따라서 ‘政’ ‘正’을 행한다는 뜻이니 ‘정치는 正을 행하여 다스린다’는 뜻이라 교훈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 곧 아니하면 미소를 갓 고깔 씌워 밥먹이나 다르랴”는 옛 시조가 있다. 두 얼굴로 살아간다는 것은 옳지 않게 살아간다는 말이며, 그런 인간이라면 말이나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놓고 밥을 먹이는 일과 같다는 뜻이니
이미 인간 이하의 짐승에 불과하다는 뜻이다.정치도 종교도 예외가 아니고 보면 이에 지치고 고달파진 백성들은 정치나 종교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다음 단계가 무엇일까? 아노미(Anomie)현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때는 이미 이성의 상태를 벗어난 것이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들려오는 풍문에 의하면 한국 교계의 거물들(?) 중에 두 얼굴로 행세했던 원로들이 뒤늦게나마 지난 날에 행세했던 비본래적인 삶을 뉘우쳐 본래의 하나의 얼굴로 되돌아가는 참회운동이 일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하나님의 일을 함에 있어 인간의 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칠십이 넘어 교단 규정에 의해 은퇴의 뜻을 나타낸 한 교단의 교조의 퇴진을 가로막고 나서서
하소연을 한다니 그 옛날 칼 맑스가 “종교는 아편”이라고 말했음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장차 심판주 앞에서는 오직 하나의 얼굴만 가지고 서게 될 것임을 잊지 말고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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