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문명’(civilization)이란 단어로 귀착되는 것이 아닐까. .
전혀 무방비 상태다. 아무나 탈 수 있으니까. 그 버스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루어졌다. 그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왜, 거기서인가. 무조건적 대량살상을 노린 것이다. 어린이든, 여자든 관계없이.
세계가 전율에 빠져들었다. 테러공포 때문만이 아니다. 회교 근본주의 지하드, 그 테러리즘이 지닌 비열성, 야만성 때문이다. 누가 말했나. 사람들이 자폭 목적으로 폭탄을 실은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탄다고 가정하면 현대의 개방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감히 아무도 생각지도 않을 그 허점을 노린 것이다. 그것도 세계인의 도시, 민주주의와 관용으로 상징되는 코스모폴리스, 런던에서다.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전 인류에 대한 공격이다. 런던 연쇄 테러사태와 관련해 미국, 프랑스 등 주요 8개국(G8) 정상이 낸 성명이다. 서방문명의 이상(理想)에 대한 공격이다. 콘돌리자 라이스의 반응이다.
무슨 뜻인가. 런던 테러는 ‘문명’이란 프리즘을 통해서만 설명되어질 수밖에 없는 비극이란 얘기다.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문명이다. 이런 문명을 만날 때 부족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적지 않은 경우 자살의 길을 택한다. 백인문명과 접촉했을 때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끝까지 싸우다 전멸했다. 동화는 단절을 의미, 결국 이런 식의 ‘집단자살’을 꾀한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2,000여 민족그룹이 소멸됐다. 앞으로 십 수년 내 같은 수의 민족그룹 소멸이 예상되고 있다. 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청소‘가 그 한 대답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집단자살이다. 아마존 원주민 중 최대 부족인 구아라니족 케이스가 그 예다. 현대문명과 접촉이 이루어진 후 2만7,000여명을 헤아리는 이 부족은 멸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살이 만연하고 있어서다. 부족의 전통이 무너진 결과다.
유사상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알코홀리즘에 빠져든 캐나다 원주민 이누잇 부족. 그들은 자포자기의 삶 속에 자녀를 돌보지 않는다. 자살률 역시 높다. 죽음의 저항이다.
아랍 사회에서 찬양되고 있는 자살폭탄 공격도 그 유형일 수 있다. 9.11사태 이후 새삼 제기되는 지적이다. 표면상으로는 원시부족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의미하는 ‘현대문명에 저항해 선택한 자살’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같다는 진단이다.
“지하드 스타일의 자살폭탄 공격이 리야드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건 회교권 내의 문제다. 그러나 알 카에다 조직의 런던 지하철 폭파 테러는 ‘문명적 문제’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이다.
단순한 테러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세계화를 거부하는 전 근대적 세력의 현대문명에 대한 공격 성격이 짙다는 시사다. 상당한 우려가 깔려 있다. 자폭을 순교로 찬양하는 지하드 이데올로기는 죽음의 컬트(cult)로 이 컬트는 암세포가 되어 회교권은 물론 서방세계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다.
1920년대부터 형성된 병적인 이데올로기다. 반(反)유대주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회교 수니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과 혼합되면서 발전되어 온 이데올로기다.
자살테러를 순교로 찬양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권장한다. 문제는 죽음의 컬트인 이 순교 이데올로기가 회교 극렬주의 테러리스트들만이 신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이스라엘인에 대한 자살공격, 또 이라크인의 미국인에 대한 자살공격에 대해 절대 다수의 회교국 국민들은 그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그것도 파키스탄, 모로코, 요르단 등 상대적으로 친(親)서방으로 분류되는 회교국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죽음의 컬트인 이 순교 이데올로기의 정체는 그러면 무엇인가.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에게서 그 답을 구하는 것은 일단 피한다. 반 모슬렘 성격이 워낙 강해 편견이란 주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회교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포용하려는 자세다. 그러므로 편견이 없는 편이다. 로마 가톨릭의 수장 교황 베네딕토 16세다. 이런 그가 이렇게 말했다. “회교 극렬 테러리스트들의 순교이데올로기는 우상숭배의 가증한 형태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특히 회교 사제들이 이 이데올로기를 지지하고 있다.”
런던 연쇄테러는 어쩌면 아직도 이제 시작에 불과한 문명충돌이 혹시 아닐까.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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