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를 우리 나라를 도와준 동맹국가요, 친구의 나라로 알아 왔다. 또한 살기 좋은 나라이고 모든 한국 사람들이 동경하던 국가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또 머나먼 곳에서 바라보는 이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우리도 사실 여기 살지만 이 나라는 바라보는 시각과 장소에 따라 모두 다 틀리고 제 각각이다. 실제로 이 나라의 깊은 실정과 배경, 돌아가는 내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때문에 이 미국은 과연 어떻게 굴러가고 움직이고 있는가 항상 우리들의 관심사다. 100여년 전 미국의 상황은 이미 천국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웅장했다. 우리가 와서 보았을 때 이 땅에는 이미 100년이나 된 빌딩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 당시 우리 나라는 기껏해야 담뱃대 입에 물고 머리에 상투 틀고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고 큰 소리만 치고 있던 아주 답답하고 폐쇄적인 나라였다. 그런 한국이 지금은 세계에서 경제규모 10위권에 들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된 것은 기적이다.
그런데도 이 미국이 오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나라가 바로 이 미국이다. 알다시피 이 나라는 전 국토가 비옥한 땅, 그야말로 신이 내린 천혜의 땅이다. 그리고 이 땅에 들어온 모든 이민자들이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요, 자유의 나라이다.
그러나 얼마 전 출간된 홍은택씨의 저서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를 보면 미국에 대한 이런 신화와 환상이 무너지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미국이 이민자들의 꿈이고 아무나 가도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연 미국의 참 모습은 어떤 것인가, 화려한 아메리칸 드림 뒤에 감춰진 미국 땅의 그늘진 모습과 그 황량한 미국의 뒷 이야기를 포착할 수 있다. 몇 해 전 9.11사건 때 비행기 테러로 화염에 쌓인 빌딩에서 빠져 나온 한 여성이 취재하는 기자에게 “왜 사람들은 우리들을 미워하죠?”라고 물은 일이 있다. 이 질문에는 미국인 모두가 한결 같이 자기만이 제일 우월하고 자기들만이 제일 잘 산다고 하는 자아도취, 즉 나르시시즘과 오만, 그리고 심한 교만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인에 비쳐져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들어 있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에서 저자는 미국의 실체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도 어려운 자, 힘든 자 편의 사정을 봐주려고 하는 블루, 즉 민주당에 반해 부유한 중산층 이상의 공화당은 하위계층의 이민자들 사정을 잘 모른다. 그들은 저소득층, 소위 3D 노동을 하는 이민자들 때문에 자기들의 안전과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미국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들이라고 보고 그들이 없기를 원하고 미워하면서 계속 인종적인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굉장한 모순이고 실책이다. “그들이 얼마나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희생했는가”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고난과 시련을 딛고 세계 최강국이 된 이 나라에는 분명 청교도 정신이 배경이었다. 그로 인해 영화의 최극을 달리던 미국이 이제는 바른 신앙이나 인간성, 도덕성이 점점 퇴색, 예전의 찬란하던 그 모습이 많이 무너졌다. 그들의 오만과 우월감은 이제는 이민자들의 설 땅마저도 빼앗으며 은근히 이들을 핍박하고 있다. 국가간의 경쟁이 아닌 협력 부재로 점차 미국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이 나라가 비전이 있는 것은 많은 외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여전히 애착을 갖고 있고 확고한 자기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계속 오려고 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점점 그 꿈의 실현 가능성은 적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근간인 청교도 정신이 여전히 이들의 삶에 뿌리깊게 있는 한 미국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미워하면서도 부의 가치를 이 곳에다 두고 계속 오려고 아우성이다. 과연 미국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우리가 이 나라에 살면서 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또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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