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서 가이드 라인
현실과 문장의 틈새에서 잔혹하게 시달려야 하는 독서의 계절 여름이다. 달려가도 달려가도 닿을 수 없는 지평선이요, 시작도 끝도 없고, 정상도 목표도 없이 무한히 펼쳐지는 고원 같은 책의 바다. 은빛으로 찬란하게 출렁이는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다 보면 사물의 본질을 균형있게 보게되는 안목도 세울 수 있으며 내 하찮은 사고의 파편들을 세심하게 모아 단단한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하며 어떤 문장을 만나 강렬한 지적촉발을 받으면 안이한 인생여정에 변곡선을 그리기도 하는 독서. 문제는 그 많은 책 중 어떤 것을 고르느냐에 있다. 학부모들을 위해 올 여름 회자되는 책의 내용과 학부모 가이드 라인을 소개한다.
잘 고르면 지적 자극·간접 경험·가치관 형성에 도움
책의 평판 그대로 수용 말고 비판적 수용 자세 가져야
독서란 문화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시장’이다.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픽션’(Young-adult fiction)은 미 출판업계로서는 황금어장이다. 출판업계 분석가이자 포담대학 마케팅학과 교수인 앨버트 그레코에 따르면 이 분야 판매고는 1999년 이후 23%나 증가해 성인용 책이 같은 기간 판매고가 1% 이상 하향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판매고가 4억600만달러에 이르는 청소년 픽션분야의 절반은 2003년 마지막 책이 나온 ‘해리포터’(Harry Potter)시리즈가 차지한다. 그러나 마법의 세계보다는 좀더 스릴이 있는 것을 원하는 젊은 독자를 잡기 위해 출판업계는 틴에이저를 주인공으로 하는 외설과 음주, 근친상간등 대담하고 난잡한 내용을 담은 책들도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올해 새로 나온 청소년 픽션들은 2만1,000종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2002년의 배나 되는 숫자이며 대부분 여자 틴에이저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사내아이들은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하는데 반해 여자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즐겨 읽기 때문인데 문제는 제목이나 책표지만으로는 책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실례로 ‘무지개 파티’(Rainbow Party)는 겉 표지에 립스틱이 줄지어 서있어 마치 소녀들에게 화장술을 가르쳐주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책의 내용은 고교 10학년 학생들이 오럴 섹스 파티를 기획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당한 것은 출판사에서는 이런 책도 소화할 수 있는 연령의 독자가 읽으면 성병감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책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문화를 일부 대변하는 것이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사이에서 저들끼리 책을 돌려가면서 읽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청소년들에게 책을 고를 때 상식처럼 퍼진 해석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과연 그럴까’라고 되묻거나 정정하도록 가르쳐야 하며 욕망의 팽창주의에 여름 한낮을 낭비하지 말고 읽어야 하는 책의 내용과 분량을 조정할 수 있는 노련함에 예의 주시 해야 할 것이라고 비평가들은 말하고 있다.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
눈길끄는올 여름화제작
서점, 출판업계, 북 클럽 등에서 이번 여름 화제작으로 꼽고있는 청소년용 픽션과 학부모를 위한 가이드 라인은 다음과 같다.
◆Claiming Georgia Tate
지지 아마투 작품, 캔들스틱 출판사. 208페이지. 16달러.
할머니 사망 이후 어린 조지아는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보내진다. 무책임한 아빠는 조지아를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맡기면서 조지아의 위험한 인생역전은 시작된다. 소녀의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로 성숙한 사람이 아니면 주인공 소녀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자녀가 이를 이해할 만큼 성숙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정신적인 혼돈과 공허만 체험하게 될 수도 있지만 25세가 넘은 연령층에서는 어둡지만 괜찮은 내용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출판사에서는 14세 이상에게 권장하고 있다.
◆Rainbow Party
폴 루디티스 작품, 사이먼 펄스 출판 248페이지. 13달러.
문란한 고교생이 오럴 섹스를 기획하는 내용. 읽은 사람들이 구역질 나는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일부 서점에서는 온라인 판매는 하지만 매장 배치는 거부하고 있는 책이다. 부모가 먼저 읽고 판단한 후 14세 이상 자녀에게 권유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고 비평가들이 밝히고 있다.
◆Looking for Alaska
존 그린 작품. 272페이지. 16달러.
보딩 스쿨에 재학중인 틴에이저 사내아이가 알래스카라는 콤플렉스 심한 소녀와의 관계에서 겪는 좌절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소년과 아집이 센 소녀와의 긴장이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그러나 섹스, 흡연, 신성모독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어 14세 이상만 읽어야 하며 그래도 주의가 요망된다.
◆The Cloud Chamber
조이스 메이나드 작품, 에스넘 출판사. 274페이지. 17달러.
1960년대 몬태나의 한 농장에서 자라는 10대 소년이 아버지의 자살기도와 맞대면해야 한다. 출판사에서는 11~14세 연령이 읽을 수 있다고 하지만 자살이라는 내용이 일부 청소년들의 비위를 거스릴 수 있다. 서술방식은 흡인력이 있다.
◆The Minister’s Daughter
줄리 헌 작품. 에스넘 출판. 263페이지. 17달러.
1645년 영국내전 때 넬이라는 소녀가 목사의 딸에 의해 마녀로 고발당한다. 12세 이상에게 권장되며 무겁지만 분별력있게 묘사됐다. 탐정소설 같이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다.
◆Down the Rabbit Hole
피터 에이브러햄 작품. 하퍼콜린스 출판, 384페이지. 16달러.
학교 연극에 출연한 13세 소녀가 살인혐의로 조사를 받게된다. 서스펜스 있게 잘 그려져 있다. 살인이 주제이지만 음침하지 않고 10세 이상이면 읽어도 무방하다.
◆Eldest
크리스토퍼 파올리니 작품. 알프레드 노프 출판 704페이지. 21달러. 8월에 출간.
한 소년과 그의 용이 위험한 난쟁이 땅에 들어가게 된다. 8세 이상이면 읽어도 되는 공상소설이다.
◆Last Shot : A Final Four Mystry
존 파인스타인 작품. 알프레드 노프 출판. 256페이지. 17달러. 작문 콘테스트에서 상을 탄 2명의 학생이 대학 야구 결승전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받게 된다. 꼬여진 구성이 완벽하다. 10세 이상에게 권장되지만 독해력이 좋으면 그 이하의 연령층에도 무방하다.
◆Adam Canfield of the Slash
마이클 위너립 작품. 캔들스틱 출판사. 326페이지. 16달러.
스케줄이 과잉으로 짜여진 중학생이 진통 끝에 교내 신문사에서 위치를 확보한다. 권위에 어떻게 맞서는가에 대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으며 8~12세에 권장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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