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우리는 세상을 사는 동안 여러 차례의 졸업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살고 나서 졸업을 하고 세상에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 가기 전까지 어머니 품에서 7년을 살다 또 그 품에서 졸업한 후 초등학교로 들어간다. 이때부터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사람에 따라 대학교, 대학원까지 가게 되면 보통 태어나서 17년 이상을 지나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졸업한 것까지 합치면 보통 사람들의 졸업횟수는 4-6차례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졸업은 말 그대로 끝이 돼야 하지만 실은 이것이 기점이 돼 또 다른 시작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졸업이란 절차만 있을 뿐, 끝이 없고 계속되고 또 계속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졸업’ 하면 학생들은 무언가 인생의 꽃이 활짝 피는 줄 알지만 알고 보면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요, 더 큰 고난의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곤 한다.
실제로 우리는 태어나기 전 어머니 품안에서 열 달 동안 얼마나 편했는가. 또 세상에 나와 어머니 품에서 학교가기 전까지 7년 동안 자라면서 무슨 근심과 고통이 있었는가. 어머니가 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해서 아무런 근심과 고통을 몰랐다. 그러나 어머니 품에서 일단 떠나 우선 초등학교에 가고부터 경쟁이 시작되면서 중학교에 가면 조금 더 큰 경쟁 속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극심한 경쟁을 체험하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율동이네, 노래네 하며 그런 대로 재미있게 지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움이 더 커지고 고난이 점점 더 크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세상에 나와 졸업은 여러 차례 해도 고난과 경쟁을 살수록 벗어나기는 어렵다. 졸업 때까지 점점 더 어렵게 온 것은 세상살이가 살수록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위한 버팀목을 위해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공부를 체험해본 것이다.
‘어려움은 이렇게 깨우쳐 가라’ 즉, 앞으로 다가올 문제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길러주고자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교과과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졸업 이란 말과 같이 정말 졸업했나. 과연 졸업이 인생살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 전문직이나 기술직 분야 말고는 졸업장조차 현실에서 제대로 쓰여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살아도, 살아도 허탈감이 온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룬 것은 많은데도 죽어라 일하고 집에 돌아갈 때 많은 사람들이 ‘이게 뭔가’ ‘이게 과연 사람 사는 건가’ ‘인생이 뭐 이런가’ 라고 허탈해 한다.
졸업하는 자여, 인생은 졸업을 했다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요, 인생의 왕관이 씌워지는 것도 아니다. 상징을 말하는 그 어떤 것도 아니요,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애쓰고 살면서 오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아니라는 허탈감이다. 이런 감정은 사회가 해결해 주기도 어려운 일이요, 과학이나 문명, 또는 부모, 형제, 친구도 위안은 될지언정 해결은 해줄 수가 없다. 졸업하는 자여, 바로 이것이 인생에서 남는 몫임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졸업 때까지 배운 모든 무기는 바로 이 허탈감을 없애는데 써야 한다. 학교에서 그동안 어렵사리 배운 것 실제로 보면 사회에서 써먹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침에 해가 떠서 서산 언덕으로 질 때 보면 황혼에 그 노을지는 색을 보고 허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제까지 배운 졸업증서는 인생의 보이지 않는 면류관이다. 그것을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어떤 삶의 허탈감을 없애는데 지우개로 써라. 그러면 그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고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걸 깨우치지 못한 많은 노인들이 황혼에 접어들어 얼마나 허탈하게 지내는가. 내가 만일 학교에서 이것 저것 배우며 졸업한 것을 사회에서 승진하기 위해, 아니면 왕관을 쓰려고 한다면 결과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잘 이용해 졸업을 하나의 힘으로 살수록 어려운 삶에 방패로 쓴 사람은 허탈하지가 않다. 활기차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점을 깨우친 사람들이다. 졸업하는 자여, 그대들이 받아든 빛나는 졸업장, 그것은 어둡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큰 힘이 되고 방패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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