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한국은 지난 4000여년간 영광의 시기도 있었지만 수난과 핍박의 역사도 겪은 적이 있다. 한민족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시기는 일제 식민 36년간이었다. 이후 해방을 맞았으나 곧이어 6,25사변이 터지면서 남북이 갈라지는 비운을 맞게 됐다. 이로 인해 남북이 두 동강 나면서 북한은 소련이, 남한은 미국이 통치하는 국가로 지낸 적도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국가여서 경제 상황이 몹시 빈곤한 상태였다. 기껏해야 경기도나 전라도 등지에 방직공장 몇 개가 있어 그곳을 통해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6.25 사변으로 파괴된 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에 김종필 총리를 내세워 불과 수 억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내 그것을 종자돈으로 기초를 마련한 것이 국가건설의 씨앗이 되었다.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 외화획득을 하기 시작했고 중동에도 근로자를 파송,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 돈을 밑천으로 국내에 공장을 짓고 선박회사를 설립하였으며 새나라 자동차를 망치로 두들겨 만들면서 자동차 산업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정주영, 이병철씨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외화획득의 꿈을 펴 현대는 자동차, 선박, 삼성은 메모리칩으로 세계 경제 대열 속에 합류하는 거점을 마련했다.
다시 말해 한국의 경제는 박 대통령 당시 일어난 새마을 운동을 계기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수출로 외화를 획득, 마침내 후진국 저개발국가에서 선진 공업국가 반열에 올라서는 기적을 창출해 냈다. IMF 당시 한국민은 금 모으기 등으로 온 국민이 총화단결, 해내고 말겠다는 정신으로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경제위기 당시 외환보유고 38억 달러를 22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경제회생을 가져왔다.
1인당 800달러이던 GNP가 이제는 1만5,000달러까지 되었느니 먹고 살기가 상당히 좋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해외에 이민와 살고 있는 우리들도 이민 오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마찬가지로 모두 온갖 어려움을 겪고 살았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조금도 쉴새없이 맨주먹으로 피와 땀을 흘려가며 노력을 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어 그런 대로 배부르게 살고 있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이제는 한국이나 여기나 예전에 살던 그런 어려운 생활이 아니다. 이제 와서 이런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6.25가 다가오면서 그때와 지금의 우리 생활과 의식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사람들은 인간성이 좋았고 의리가 있었으며 가족간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랑이 많고 우애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적어도 무엇이 옳은 방향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맞다 하는 인간의 기본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물질이 풍부해지면서 오히려 양심과 도덕, 가치관이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 배금주의 사상이 팽배해지면서 갈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관이 무너져 가고 있다.
사회 분위기는 한국민이 있는 곳은 어딜 가나 온통 아이고 어른이고 일류대학을 나와 취직해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버는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치맛바람을 미국에서까지 일으키며 내 자식 일류 만들기에 모두가 극성이다. 예전에 비해 물질은 더 많아졌지만 마음은 모두가 비어있고 빈곤하기 짝이 없다. 우유배급을 타먹고 감자, 옥수수로 연명하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였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배불렀다고 그 시절을 잊고 산다.
인간의 욕심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 한다고 욕심의 갈구는 끝이 없고 한이 없어 보인다. 물질을 많이 가졌다고 마음에 진정한 행복과 기쁨이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행복과 기쁨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외롭고 힘들고 각박하게 만드는 것이 물질이다. 말하자면 돈이 전부가 아니고 행복의 수단이 아닌 것이다.
옛날보다도 경제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현실은 있는 자 보다 없는 자가 더 많다. 성공한 사람보다도 실패한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이다. 그러므로 지금 얼마를 가졌든 그것에 그저 감사하고 만족할 일이 아닐까. ‘받은 바 은혜에 감사하라’는 사도 바울의 말과 같이 우리는 6.25전후 어
려웠던 시절을 돌아보며 빈손으로 이만큼 이룩해낸 현실에 감사하며 오히려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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