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한반도 최대 현안인 6자 회담을 왜 중국이 적극적으로 주관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여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국이란 자본주의 세력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마주하기보다는 한반도가 완충역할을 하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감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바로 2003 중국 공산당 대회와 2004 전국인민대표자 대회에서 결정한 “부강한 중국 건설”에 있다. 부강한 중국은 건설하기 위해서는 대만문제를 제외한 어떠한 문제에서도 당대의 패권국 미국과 대립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말로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중국은 지난 한국전쟁 때와 같이 한반도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혹시라도 있을 한반도 전쟁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하여 중국은 6자 회담을 적극적으로 주선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면에서 동양이 서양을 월등히 앞서 있었다. 인도와 중국 등 동양에서의 우월한 물질, 정신 문화는 서양인들의 부러움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메리칸 대륙 발견 역시 서양인들이 동경하던 인도를 찾으려는 노력의 부산물이었다.
중국이 서양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1582년이래 서양인들은 유교에 바탕을 둔 중국과 동양의 인본주의적 사회 규범을 동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동양 중국의 위치는 서양의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자리가 바뀌게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물질 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유럽은 19세기 동안 있었던 중국과의 두 차례 아편 전쟁에서 승리를 거움으로서 이제 더 이상 중국을 동경하지 않게 되었으며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로 까지 중국과 동양의 위치가 전락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섬나라 사람이라 업신여기던 일본에게조차 서양의 물질문명을 일찍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일전쟁에서 패배하게 됨으로서 중국인들의 치욕감은 극에 달하였던 것이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제 물질 문명이 앞선 서양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자강운동이 불기 시작하였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공자가 죽어야 중국이 산다”며 유교의 근본을 부정하게 되었다.
한편 또 다른 부류의 지식인들이 서양의 커다란 두 가지 사상 가운데 사회주의 사상이 중국의 전통 사상 유교와의 유사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주의가 인본주의의 유교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조류 속에서 모택동과 장개석으로 대표하는 사상투쟁이 국공 내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며 마침내 중국 민중들은 중국의 전통사상인 유교와 일맥상통하는 사회주의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물질적 풍요로움에 대한 민중의 바램이 등소평의 흑묘 백묘론으로 표현된 것이며, 장쩌민, 후진타오의 정책은 바로 등소평의 흑묘백묘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2004 전 인대에서의 “부강한 중국 건설”결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중국 사상의 변천을 이해함이 없이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였을 때만이 한반도 평화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일선 글렌데일 교육구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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