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니힐스고교 한인학부모회 신휘철 회장(가운데)이 임원 및 팍스중학교 한인 학부모들과 다음 주 합동으로 진행할 ‘티처스 런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중·고교 한인 학부모 연합활동 뜬다
“부모 도움이 가장 절실한 시기인줄 알지만, 2년밖에 안 되는 중학교에 한인학부모회가 독립적으로 조직되기란 쉽지 않죠.”“첫 과정인 초등학교와 대입을 앞둔 고교 땐 부모들이 각별히 신경 쓰는 게 당연하지만, 두 틈새에 끼여 잠시 숨돌리는 중학교는 학부모들의 사각에 놓이게 마련입니다.”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남달리 활발한 한인학부모회가 유독 중학교에만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전체 PTA가 있는데 굳이 한인들만의 학부모회가 왜 따로 필요하냐’는 주장들도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서툴고, 이민 연조가 어느 정도 지났다 해도 미국 교육제도에 익숙지 않은 1세 부모들에겐 든든한 도움처인 한편, 학교참여에 소극적인 한인 학부모들에게 전체 PTA와의 협동을 도모하는 중요한 동원책 및 교량역할도 한다’는 게 아직까지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 지배적 여론. 더욱이 고교시절 발생하는 대다수 문제들이 신심의 변화가 급격한 중학시절 심겨진 씨앗의 싹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맞물려 최근엔 기존 고교 한인학부모회가 지역 중학교 한인 학부모들을 도와 연합활동으로 가는 추세다.
중학 1.5세 학부모 많아 전체 PTA와 협력 강화
행사 ·세미나등 공동 주관도
폭넓은 자녀교육 정보 공유
한국문화 소개등 함께 나서
지난 7일 저녁 풀러튼의 서니힐스고교 한인학부모회(회장 신휘철) 주최로 열린 학생 대상 청소년 범죄예방 세미나에는 서니힐스는 물론 팍스중학교 재학생들도 초청됐다.
한인학생이 전체의 약 30∼40%를 차지하는 서니힐스는 같은 지역 팍스 중 졸업생의 90% 이상이 고스란히 진학하는 지역 홈스쿨. 따라서 큰 아이는 서니힐스에, 동생은 팍스중학교에 재학하는 한인 가정이 태반이라 이 같은 행사가 앞으로는 더욱 잦을 전망이다.
“두 아이가 팍스중과 서니힐스고를 거치느라 근 10년간 학부모회 일을 거들고 있다”는 민은형씨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같은 처지라 자연스레 중학교와 고교가 연계해 필요한 때 서로 돕는 편”이라며 “안으로는 자녀 교육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밖으로는 한국문화를 소개하거나 학교정책결정에 최다수 민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또 “특히 요즘 중학교 학부형들이 1.5세 세대로 바뀌는 때라 서니힐스고교 전체 PTA와 한인학부모회 사이의 의사 교환 등 서로 협력하는 데는 중학교 한인 학부모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상부상조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역시 두 자녀가 나란히 팍스를 거쳐 현재 서니힐스에 재학중이라는 켈리 안 부회장은 “팍스중학교에 공식 한인학부모회는 없지만 엄마들이 정기모임을 갖곤 했다”며 “두 학교에 걸쳐 있는 엄마들이 많아 자연스레 연결되다 보니 올해는 아예 중학교 주소록까지 입수할 수 있게 돼 오늘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 연합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학부모회라 하면 마치 ‘Korean PTA’처럼 들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신휘철 서니힐스고교 한인학부모회장은 “한인학부모회는 전체 PTA의 일부로서 모든 행사를 지원한다는 의미로 ‘Korean Parents Supporting Group’이라 부르고 있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중학교 한인 학부모에게도 유용한 정보나 도움이 될 만한 행사를 연합 주관하는 것은 물론, 두 학교의 전체 PTA를 지원하는 일에도 서로 발벗고 적극 나서는 한인 학부모들로 모범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한인 밀집지인 라크레센타의 로즈몬트중학교와 크레센타밸리고교도 같은 케이스.
로즈몬트 중학교 한인 졸업생의 80%이상이 크레센타밸리(CV)로 진학하고 있어 CV한인학부모회(회장 저스틴 임)가 올 가을 두 학교 한인학부모들을 연계해 본격적인 연합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
CV한인학부모회 홍영화 부회장은 “이미 지난 학기엔 학교행사도 합동으로 개최했고 서로의 이메일 뉴스레터를 주고받는 등 몇 차례 준비 모임을 가져왔다”며 “새 학년도 시작 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을학기부터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연합 활동에 들어갈 터”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부모를 본받아 솔선 수범하는 등 학교생활에 충실해지고 ▲특히 중학교 경우 학교 분위기를 꿰뚫고 있는 부모 슬하에선 탈선의 예가 거의 없으며 ▲학업정보도 미리 챙길 수 있어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들 학부모들이 내놓는 ‘열혈’ 활동의 한결같은 이유다.
밸리 지역서 포터중학교를 거쳐 밴나이스고교나 그라나다힐스고교로 진학하는 경우와 포톨라매그닛을 졸업하고 노스할리웃 HG매그닛으로 진학하는 경우 등 중·고교 진학 루트가 거의 일정한 한인밀집지역마다 이 같은 ‘한인학부모회 연합활동’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서니힐스-팍스’ ‘크레센타밸리-로즈몬트’처럼 아직까지 ‘공식적’이지 않다는 차이는 있다.
대학생인 큰 아이에 이어 로즈몬트 중학교를 졸업하는 둘째가 올 가을 CV진학을 예정하고 있다는 정현순 전 회장은 “스스로 참여하는 타인종 학부모들에 비해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아직까지 매우 소극적이어서 행사에 앞서 몇몇 임원이 1,000여장의 뉴스레터를 부치고 전화를 일일이 걸어 확인해야 그나마 30∼40명이 참석하는 비협조적 풍토가 만연해 있어 특히 두 학교가 연합으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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