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선(써니사이드)
지난 6월 6일은 남편의 60세 생일이었다. 4남매가 아직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우린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조지아에 있는 큰아이가 대표로 꽃을 보내왔고, 카드에 축하 사연을 써서 보내왔는데 남편은 그 카드를 침실 벽에 붙이며 좋아하였다.
큰 아이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하면 웃음이 와요”, 둘째는 “힘들고 고달플 때 아빠를 생각하면 힘이 와요”, 셋째는 “쓸쓸할 때나 기쁠 때 맨 먼저 생각나는 분 우리 아빠”, 막내는 “제가 꼭 호강시켜 드릴게 오래 오래 사세요”였다.참으로 자기 아버지를 감동시키는 내용이었다.
남들처럼 잘해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킨 부모였는데도 부모에게 감사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맙다.
아이들의 카드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나의 친정아버지를 생각했다. 우리 6남매에게 무척 많은 사랑을 주셨던 아버지!늘 사색에 잠기셨고, 책을 끼고 사셨던 학자이신 우리 아버지, 시조를 읊으시고 술 한 잔 하시
면 탭댄스를 추셨던 분. 일본에 조기유학을 하신 나의 아버지는 60년대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우리 형제들에게 한달에 한번쯤은 외식을 시켜주셨고 봄과 가을에는 꼭 가족 전체 야유회(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가족들까지)를 해주셨던 문화인이셨다.
아버지는 집 한쪽에 꽃밭을 만들어서 우리 형제들에게 직접 씨를 뿌리게 하고 물을 주게 하여 꽃을 가꾸게 해 주셨다. 꽃 가꾸기 경쟁을 통하여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게 해 주셨다. 또 함께 꽃밭을 메며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일찍 일어난 새가 많은 모이를 먹을 수 있다고.. 그 새는 힘이 좋아서 멀리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며 사람은 건강해야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서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하셨을 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잘 살게 해주고 싶다”고 했더니 아름다운 마음을 잘 간직하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으니 일생중 꽃을 사랑하고 넓고 큰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며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이는 공부 잘하고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아이니까 급우들을 잘 보살피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자상하고 다정하셨던 우리 아버지! 언제 어느 때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도는 못난 딸의 불효. 임종하시면서도 못난 딸을 부르시며 눈물을 흘리셨다던 아버지. 내가 결혼 초에 남편과의 갈등으로 친정어머니께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얘야, 효자가 효자 낳는다” “너도 꼭 효자 낳을 것이다. 아무 소리 말고 네 남편 하자는대로 해라” “남편을 하나님의 아들로 알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시던 아버지.
4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 내곤 하였다. 무조건 부모에게 순종 잘하는 자기 아빠를 닮은 아이들을 보면서 그것이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은총임을 깨닫는다.순종을 모르고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고 나 하고 싶은대로 살던 나에게 고통과 눈물로 연단해주신 하나님! 하나님의 뜻을 뒤늦게 깨닫고 56세에 신학공부를 하게 하신 하나님, 새사람된 마음가짐으로 기쁘게 공부하는 나에게 하나님 은혜가 시시때때로 넘쳐나고 샘물처럼 퐁퐁 솟구치는 기쁨으로 은혜의 찬양이 넘치는 우리 가정.
비록 아버지의 마음을 돌아가신 후에 깨달은 불효녀이지만 마가복음 15장의 말씀처럼 아버지의 재물을 다 쓰고 돌아온 탕자처럼 내 멋대로 살아온 나에게도 특별하신 하나님의 용서가 있듯이 하늘나라의 아버지께서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효자 아닌 나에게도 남편의 효심 때문에 순종 잘하는 아들 딸을 주시고 이제야 부모님 사랑을 기억하고 회개시키는 은혜가 넘친다.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사는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름다운 생을 위해서 기도하는 남편, 새벽마다 기도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늘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시던 아버지, 새벽기도를 몇시간씩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이 나의 눈에 아롱거리며 사무쳐 온다.
“효자가 효자 낳는다”는 말은 바로 순종 잘하는 사람이 순종 잘하는 아이들을 만든다는 말일 것이다. 말씀 앞에 예하고 순종하는 모든 아버지들께 순종 잘하는 아들, 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도하는 오늘 아침, 모든 아버지들이여,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많이 많이 만들어 주
라. 그러면 비록 잠깐 속을 썩이는 자식이 있을지라도 아버지 말씀에 다시 돌아와 순종하는 아름다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 아버지들이 모두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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