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깃발을 상징으로 삼는 한국일보는 신록의 계절인 6월을 맞아 9일 서울의 한국일보 창간 51주년과 뉴욕한국일보 창간 38주년이 되었다.
한국일보의 창간 이후 반세기 동안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로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약기였다. 이 기간 한국은 사상 유례 없는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이 경제발전을 토대로 정치 민주화와 사회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미국 이민의 시작과 더불어 뉴욕한국일보가 창간된 이래
미국의 한인사회도 크게 성장했다. 이제 뉴욕한인사회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국 속에서 주요 소수민족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한국일보와 뉴욕한국일보는 이와같은 발전과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함께 참여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뉴욕한인사회는 그간 이민 정착의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청과, 델리, 수산, 세탁, 네일, 봉제, 뷰티 서플라이 등 많은 주종 업종을 개척하였고 퀸즈의 플러싱, 뉴저지의 팰팍, 맨하탄 32가 등 한인타운을 형성했다. 이러한 경제성장과 함께 미국
정치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증대하여 이제는 미국 주류사회가 주목하는 한인 파워를 만들어 냈다.그러나 이와 같은 한인사회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 경제성장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주종업종에서 한인들간의 경쟁 뿐 아니라 타민족의 진출로 인한 경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으나 새로운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플러싱 한인타운이 중국계의 진출로 인해 밀려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마저 수년동안 지지부진하여 소매 자영업을 근간으로
하는 한인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인사회와 마찬가지로 한인 신문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한인사회 초창기에 한인신문은 이민 교포들이 궁금해 하던 고국 소식을 전해주면서 이민 정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인사회의 힘이 어느 정도 커졌고 한인 1.5세와 2세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
하면서 한인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파고드는 시기가 되었다. 이와 함께 인터넷 등 전자매체의 보편화로 신문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단계를 맞이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줄기차게 발전해 온 한인사회와 뉴욕한국일보는 한층 더 높은 도약을 위해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해야 할 단계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한인사회가 앞으로 이루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경제적인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는 첩경은 비즈니스이다. 지금까지의 한인 주종사업을 보완 발전시켜 수요를 확장하고 새로운 주종사업을 개발하여 한인 경제력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한인
1.5세와 2세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어야 한다. 이들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주류사회에서 미국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쟁할 수 있다.
한인들이 미국 속의 주변 소수민족에서 탈피하여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일은 1.5세와 2세들의 진출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셋째, 한인타운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한인들이 개인적으로 성공하더라도 한인타
운이 없이는 한인의 힘이 결집될 수가 없다.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인들의 힘이 모이고 그 힘이 미국사회로 뻗어나갈 때 한인사회와 한인 개인의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제력, 주류사회의 진출, 한인타운의 결집을 통해 미국에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게 되면 그로 인해 경제적 발전, 주류사회 진출, 한인타운의 확장 등에 혜택이 되돌아 오게 될 것이다. 미국사회에 기여하고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한 차원 높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뉴욕한국일보는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여 미국 속에 있는 한인사회의 대변지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한인사회 초창기에 이민교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듯이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또 한 번 도약을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한인을 위한 신문으로 거듭나는 변신을 시도할 것이며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인들과 함께 뛸 것이다. 우리는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이제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기로 하자. 이것이 뉴욕한국일보가 창간 38주년을 맞아 독자 여러분 앞에서 드리는 다짐이며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약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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