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줄기 세포 연구를 놓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독자 글을 통해 양쪽 의견을 들어 본다.
찬 생명 구하기 위한 작업
지난해 시애틀에서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추출 연구 발표로 세계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는(5월20일) 실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 각종 난치병 치료의 ‘꿈의 의료시대’를 열어 다시 한번 세계의 경탄과 찬사를 받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런 황우석 박사를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세계에 민족 우수성을 나타내고 인류 의학계에 큰 획의 이정표를 세운 세계적인 과학자로 부르며 장하고 장한 일로 국민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제럴드 새튼 교수는 17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21세기 한국에서는 생명과학 혁명이 일어났다고 격찬에 격찬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기독교계가 반대하고 있다니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지난해 시행할 때도 기독교계가 극력 반대했었다. ‘크리스천 헤럴드’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하나님도 6일 일하고 하루 쉬셨는데 어찌 인간이 이틀을 쉬느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난치병 치료 연구발표에 과학이 인간생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아니냐고 이들은 비아냥이다. 생명을 희생시키는 과학 기술의 업적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운다.
성경에는 거룩한 몸에 칼자국을 내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투석이나 수술시 생명 연장을 위한 수혈과 시험관 아기와 나팔관 아기의 탄생, 임신중절이나 매장이 아닌 화장에 대해서는 신의 섭리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지동설이 성경에 없다고 해서 이를 주장하던 천문과학자들을 극형인 화형에 처한 중세기 종교재판의 단면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고 있는 기분이다.
굳이 이와 같은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요즈음 한국에서는 20여 개 종교 및 의료단체가 난치병 치료 연구를 허용하는 한국의 ‘생명 윤리법’이 헌법에 보장한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법이라고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난치병에 속한 당뇨병, 치매, 각종 장기이식, 척추마비, 루게릭병, 심근경색, 에이즈, 백혈병, 신장투석, 선천성 녹내장, 각종 시신경 질환, 베체츠 병 등 보통사람은 이름도 잘 모르는 병명으로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고통 중에 있다. 이들이 기대와 희망하는 대로 정상인으로 소생하는 날도 멀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정부도 늦은 감이 있으나 본 연구활동에 적극적인 협조와 무제한적 지원계획을 발표함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황 교수를 비롯 연구진들의 신변보호는 물론 실험실 및 연구실의 화재 등 만일의 사태나 외부도청 등으로 국부가 유출되지 않도록 관계부처는 철저한 보안책을 강구 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원일
뉴욕
반 인간 대량생산 안된다
요즈음 매스컴의 화제인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앨더스 헉슬리라는 사람이 쓴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 책은 런던의 어린 학생들이 인간을 대량생산하는 인간 생산공장을 견학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생산은 귀부인들로부터 기증 받은 난자를 알코올로 아흔 몇 개로 분할시킨 후 이를 시험관 안에서 역시 기증 받은 정자와 수정시켜서 공장의 콘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올려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쪽 끝에서 수정된 시험관을 집어 넣으면 다른 한쪽에서는 계속적으로 태아가 분만된다.
사람은 적어도 10여년을 먹이고 교육시켜야만 육체적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 너무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영국의 그 인간 생산공장은 속성 성숙 인간을 만들어 몇 개월 혹은 수년을 키우면 광산과 기타 노동력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을 개발한다.
아프리카의 우라늄광산에서 노동자 구매 요청이 있으면 이들은 노동력의 필요에 맞추어 인간을 생산한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장시간 노동해야 하는 품종의 인간을 생산하기 위해서 그들은 태아가 시험관 안에 있는 동안에 뜨거운 열을 가하고 그 동안에 다른 때 보다 영양공급을 더 잘 해준다. 그리하면 그 인간은 선천적으로 뜨거운 햇빛 아래서는 편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비행사 요원의 수입요청이 있으면 그들은 또 비행 요원에 적절한 품종의 인간을 생산 공급한다. 태아가 시험관에 있는 동안에 시험관을 마구 회전시키고 그 회전시키는 동안에 영양공급을 잘 해주면 그 시험관 인간은 선천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곡예를 하면서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순전히 노동력을 돈의 가치로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인간 대량생산은 매우 수익성이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무슨 생명의 존엄이니 인권이니 하는 거창한 주제들을 떠나서 헉슬리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몇 일 동안의 불면의 밤을 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그 헉슬리의 그 “멋진 세상”이 목전에 이르렀다.
전쟁의 필요가 인정되고 정당화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인간 대량 살상 정당화가 이루어져 왔다면 소모적 사용을 위해서 양계장에서 하루에 수천의 병아리를 생산하듯이 시험관 인간의 대량생산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혹은 역사적 환경이 생겨날 가능성이 없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줄기세포 연구는 인류 파멸의 새로운 요소를 창조하고 있지 않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황 교수를 단군이래 가장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영웅시하기전 이것이 인류 파멸의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마이클 송
동서 성서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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