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업(필라델피아)
나는 가끔 내 선거구 연방하원의원과 우리 주의 상원의원 한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신문이나 뉴스지에서 이름이 나오면 그 기사를 오려서 그 기사 내용에 대한 간단한 의견(주로 칭찬)을 써서 보냈다. 그들과 유권자인 내가 일대 일로 비록 서신이기는 하나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각종 이익집단에서 일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서신을 이들로부터 받을 것이고, 이러한 민의를 비서실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감각을 지닌 전문인들이 분석, 취사 선택하여 당사자인 의원에게 보고가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자기 선거구에는 사무실을 상설 운영하며 민의, 민원을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보낸 편지와 그로부터 회신을 잘 정리 보관하였다가 어느날 문득 그 편지 생각이 나서 다시 보면 참으로 반갑고 이민생활에 활력이 솟아날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이 땅에서 숨쉬며 활동을 하며 주권자로서의 당당한 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사업상 알게된 오래된 친구인데 그의 성실성과 정직, 그리고 부지런한 태도에 존경심을 갖고 언제 만나도 그에게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런 친구가 어느 날 아주 심각한 기분으로 전화가 왔다.
평소 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기에 나도 약간 긴장이 되었다. 내용은 자기 운전면허의 벌점이 꽉 찼는데 이번 재판에 가면 면허가 정지될 것이 확실하다는 것과 그렇게 되면 자기 사업이 마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발이 묶이는 셈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에 궁리를 했다. 나는 연방의원 사무실에 약속일자와 시간을 얻어가지고 그동안 의원과 오고간 서신과 법원 출두서를 준비해 가지고 문을 두드렸다.
간단히 해결이 되었는데 그것은 담당 경찰에게 그 재판에 나가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물론 여러 인맥들을 요소 요소에 가지고 있겠고 경찰관 개인도 관공소 직원들도 이 사무실(국회의원) 신세를 져서 해결 본 일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면허는 소생이 되었고 지금쯤 그 친구는 물건을 잔뜩 실은 트럭을 몰고 새벽길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덕분으로…
일상의 분주함에서도 평소 인연을 맺으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것은 이곳도 다를 바가 없음을 이 일을 통해서 다시 터득하게 되었다.내가 평상시 시장이나 시의원, 또 검찰총장, 신문기자, 방송국 앵커들에게 카드나 서신을 보내는 것은 오직 시민으로서, 독자로서, 시청자로서의 작은 관심을 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이방인 같은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적극적으로 미국에서의 나의 삶을 정
신적으로 윤택하게 하고저 함이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다 해도 말하지 아니하니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이웃도 아니고 더더욱 한국사
람들끼리 그러하다면 이는 정말로 고도에 혼자 사는 로빈슨 크루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찾기만 한다면 희망과 위로, 그리고 기쁨을 주며 늘어져 축 쳐진 이민생활에 새로
운 충전을 하여 삶의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 그러한 곳으로 가까이 다가갈 때만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수많은 영주권 없는 사람들에게 어차피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고 보면 일단은 안심하고 살게 하면서 단계적인 기간을 거쳐 결국엔 이 나라에서 모두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게 하자는 법이 국회에 상정이 되고 또한 이 법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 한창이다. 고마운 일이며 이러한 법률안을 제안한 국회의원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역사는 지도층의 부패가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수없이 가르친다. 병력을 기피하기 위해 국적이라는 것을 만들어가지고 활개를 치던 상류층 인사들의 아들들이 국적을 포기하는 긴 행렬의 사진을 신문을 통해 보면서 모국에 기생하는 이 양심없는 자들을 색출케 하는 법을 제정, 그 효력을 발휘하게 한 국회의원들은 모름지기 대다수의 국민들이 존경하는 국회의원 됨은 너무나도 분명하며, 이러한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산소가 공급되는 것 같이 개운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존경받는 국회의원은 어느 나라에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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