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한때 자동차 개스 가격이 배럴 당 약 20달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개스 값 별로 생각 않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놀러도 잘 다니고 다리 건너 누가 오라해도 부담 없이 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멀리서 누가 오라 하면 개스 값도 생각
해야 하고, 톨비까지 고려해야 하니 웬만큼 가깝지 않고서는 쉽게 가지지가 않는다.
개스 값이 이제는 배럴 당 50달러를 웃돌았다. 3년 전 보다 배가 넘으면서 갈수록 우리의 생활은 궁핍해져 가고 있다. 치솟는 렌트비와 생활비, 그리고 인상되는 각종 세금으로 도무지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수입은 오르는 물가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으면서 지출은 계속 늘
어나고 있으니 이래저래 서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비즈니스도 더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랄 정도다. 많은 한인업주들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마음만 졸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생활이 자연 예전의 여유있던 시절과 같지 않다.
비행기표 하나만 해도 한국행이 2년 전 700달러 하던 것이 지금은 비수기인데도 1,300달러를 웃돈다. 중국행 비행기표도 그 당시 비수기에 700달러 하던 것이 지금은 유나이티드, 노스웨스트를 타고 다른 곳을 경유해도 1,000달러 미만인 티켓이 드물다. 그 정도로 살기가 힘들어졌다.
물론, 기름이 한 방울도 안나오는 국가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다. 기름이 전혀 안 나오는 국가가 전세계 4분의 3에 이른다고 보면 그나마 한국은 아무리 빚이 200조다, 어떻다 하더라도 이럭저럭 돌아가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생활상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요즘 너무들 어렵다. 청과, 델리, 세탁소 등 한인들이 주로 하는 비즈니스 고객이 갈수록 팍팍 줄고, 잘 되던 네일살롱까지 수입이 이제는 옛날 같지가 않다. 게다가 자동차, 집 모게지 등 나가는 지출이 많아져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빌 제 시간에 물고 건강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들을 한다. 현주소가 이럴진대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착각 속에 사는 한인들이 없지 않다. 정신을 차려도 살기가 어려운데 밤이면 밤마다 한인밀집 지역 곳곳에서 술 먹고 노래부르고 난
리를 부린다. 또 골프장에 가도 왜 그렇게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여자, 남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들은 혹 아이들과 비즈니스도 뒤로 한 채, 정신없이 노는데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이 중에는 물론, 건전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또 언제부터인가 한인사회에는 어느 민족사회에도 없는 퇴폐적인 유흥문화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나 가야 볼 수 있던 마사지 팔러, 노래방, 술집들이 나날이 늘고 있고 그에 편승해 마사지 팔러 검
거소식이 하루도 멀다하고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알다시피 현재 미국의 경제 사정은 너무나 좋지 않다. 미국은 그 동안 국민의 세금을 이라크에 다 퍼붓고 돈이 없어 생산도 잘 못하는 바람에 경제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 펌프에 물은 계속 넣어야 나오는데 펌프에 더 이상 넣을 물이 없는 데다 계속 퍼 쓰기만 하니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지금 정부에 돈이 없고 빚도 6000억 달러나 될 만큼 천문학적이어서 나라 재정이 고갈된 상태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흑자였던 재정이 세금 받아 몇 천억 달러씩 갖다 퍼부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적자를 보이고 있다.
요즘 한인가정의 실태는 있는 사람 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다. 옛날에는 열 명 중 5~6명이 다 괜찮았는데 요즈음은 곤란한 사람이 8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과 2명 정도다. 그만큼 시절이 어렵다. 과연 이런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세상은 항상 잘 될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 벌어도 계속 1등을 할 수 없듯 만사가 언제나 형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절약은 부의 원천’이라고, 경제의 대가인 아담 스미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때는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 절약하는 것만이 이 상황을 무난히 이겨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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