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북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수치로 돼 있다. 또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세계기록’ 아니면, ‘사상 최대’란 수식이 붙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돈 문제부터 이야기해 보자. 은행들의 악성대부 총액은 얼마나 되나. 모두 8,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비공식 통계다. 인구 문제도 그렇다. 탈 농촌인구만 최소한 6억이다. 게다가 도시를 배회하는 유맹(流氓)의 무리만 억 단위다. 인류사상 최대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의 성 비율이 이처럼 불균형인적도 일찍이 없었다. 한 아이 낳기 운동의 결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젊은 남성인구만 벌써 수천만이다. 장강(長江)의 물은 어쩌면 한 방울도 바다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사상 최대의 댐 공사가 완공될 때에. 환경피해는 지구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철강, 시멘트, 자전거, TV 생산에서 세계 1위다. 그건 그런데 경제가 더 성장하려면 지구의 에너지만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른다. 화성에서라도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될 것 같다. 에너지 전쟁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중국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다. 하나같이 암울한 색조를 띠고 있다. 한 때는 장미빛 일색이었다. 그게 변한 것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다. 마치 유행이라도 탄 것 같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언제부터였나. 중화민족주의의 붉은 물결이 중원 천지를 휩쓴 후 같다. 동시에 갖가지 담론이 쏟아져 나온다. 서방식 ‘용중론’(用中論)이라고 할까, 그런 내용이다. 전망은 그런데 대체로가 부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은연중 ‘중국 때리기’로 기운다.
중국은 연착륙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쪽에서의 주장이다. 경제 발전을 이룩해도 중국은 결국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의 주장이다. 중국이 본격적 성장과 개방의 궤도에 진입했을 때 오는 위험 역시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짙은 황사(黃砂)에 가려 시계제로의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뻗어나는 중국을 바라보는 대체로의 시각이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안정보다는 위험의 요소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의 대표적 논객의 하나가 로버트 케이건이다. 역시 단정적 전망은 피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칫 미국의 적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세계질서 개편과 관련해 동아시아지역에서 일대 파란이 일 수 있다는 강력한 시사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파워의 부상은 기존 국제질서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의 주장의 출발점이다. 19세기의 독일의 부상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미스마르크 때부터 열강으로 성장한 독일은 결국 대서양의 질서를 깼다. 1차 세계대전이다.
19세기에 일본이 열강으로 떠오르면서 두 차례의 전쟁을 가져왔다.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이다. 그리고 일본이 마침내 태평양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또 한차례의 전쟁에 돌입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기존 파워인 미국, 영국과의 전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파워로서 중국의 부상이 평화적인 세계질서에의 편입으로 귀착될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그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중국체제의 속성이고, 동아시아 상황이 지니고 있는 특수성이다.
중국이 태평양지역의 질서를 깨게 된다면 이는 반드시 미국이 도발을 해서가 아니라는 거다. 세계의 질서, 다른 말로 하면 서방의 가치관 중심으로 짜여진 세계질서가 그 자체로 중국에 도발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거다.
새로 파워가 된 중국이 중국적 가치관에 따라 그 질서의 변화를 꾀하려 들 때 이는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아시아의 패권을 지향하는 중국, 다시 말해 중화민족주의가 꿈틀거리는 오늘날의 중국의 모습에서 그 위험이 감지된다는 것.
중국은 21세기형 국가로 성장할 것인가, 혹은 19세기형 국가로 남을 것인가, 문제의 결론이다. 말하자면 공산당 일당국가로 남아 그 압제의 가치관을 계속 고집할지 아니면 선진형 민주국가로 발돋움할 지에 따라 동아시아의 평화가 달렸다는 이야기다.
어느 쪽인가. 그 방향 선택의 가능성은 중국의 제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의 언행에서 발견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뭐라고 했더라. ‘북한은 경제적으로 실수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사상을 가졌다’고 했다던가.
‘수많은 전쟁과 곤경을 경험한 한반도는 과거의 우범지대다’-. ‘동북아 균형론’인가 뭔가를 겨냥해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한 말이다. 이 말이 왠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