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옛날 고사 중에 한 모녀의 이야기가 있다. 이 어머니가 슬하의 외동딸을 혼자서 키우면서 참 애를 많이 쓰며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딸이 성장하다 보니 그만큼 이 어머니도 늙으면서 마침내는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는 평생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꽁보리밥에다 때로는 남의 집에서 밥을 얻어 먹이면서 자기의 딸을 키웠다.
이를 다 알고 자란 딸에게 이 어머니는 점점 병이 악화돼 죽기 직전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청했다. ‘평생 고깃국 한번 못 먹어 봤으니 부드러운 정갱이 살코기 국을 먹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딸은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정갱이 살코기를 구해와 고깃국을 어머니에게 맛있게 끓여드렸다. 시집도 채 안간 딸이 자신의 엉덩이 살을 베어 고깃국을 끓여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원대로 갖다 바쳤다는 것이다.
과연 요즈음의 자식들은 어떠한가. 자식을 아무리 어렵게 키워도 어머니의 마음에는 항상 변치 않는 구체성으로 마음에 자식이 있다. 그런데 자식들은 예전과 다르게 나이가 들면 클수록 점점 더 어머니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 어머니란 존재는 자식이 크는 만큼 그들에게는 하나의 추상화, 즉 벽에 걸린 그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어머니들은 서럽다고들 말한다. 어느 어머니 건 자식에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주기만 할뿐이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자식에게 받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하는 기도의 대상이 되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 자식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구구절절, 간절히 간구하는 기도의 대상마저도 거부한다. 만일 그런 자식이 있다 할 것 같으면 반란 보다 더 못된 인간 모반이 아닐까. 반란은 외형적으로 나타나 다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모반은 마음속에서 음모를 꾸며 겉으로 나타나지 않게 되어 있어 반란 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말하자면 자식이 표면적으로는 반기를 들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점점 어머니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꿍꿍이를 쓰고 있다.
반란은 이와 같이 겉에 보이는 것이어서 다스리기가 쉽지만 모반은 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요즘 젊은이들은 어머니가 나이 들수록 나에게는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서 살려 한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어머니와 같이, 혹은 인근에 있어도 될 것을 직장도, 집도 다른 주로, 혹은 더 먼데로 옮겨간다. 그리고 직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는 커녕, 찾아오지도 않고 일년 가야 한 두 번 올까 말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머니가 서러운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데 자식은 나이가 먹어도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어머니의 영상이 점점 기억에서 사라진다. 현대판 자식과 고사에 나오는 자식과의 사이에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모반인가. 어머니는 알 수가 없다. 왠지 자꾸 자식이 집에서 멀어져가고 전화도 20대에는 이틀에 한번 하더니 30대에는 사흘에 한 번, 40대 때는 나흘에 한번, 50대는 닷새에 한번, 60대는 엿새에 한 번, 이렇게 갈수록 뜸해진다.
이것을 햇수로 치게 되면 20대는 두 달에 한번, 30대는 석 달에 한 번, 40대는 넉 달에 한 번, 50대는 다섯 달에 한번 식으로 갈수록 횟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 숨을 거둘 때까지도 자식들이 어머니가 하는 기도에 대상만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머니의 기도는 그저 자식이 건강하고 선하고 정직하게 잘 살아서 사회의 훌륭한 일꾼이 되어주길 바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단순한 바램이다.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졸병인 아들을 대장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어머니가 하는 기도는 성경책을 읽지 않아도 하나님 말씀이고 진리이다. 도시의 잘난 어머니나 시골의 무식한 어머니든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기도내용은 다 똑같다.
그 기도는 마음 깊은 곳에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머니의 마음과 가슴은 하늘이나 마찬가지다. 자식들이여, 저 드높은 하늘 밑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라. 얼마나 높고 푸르른가. 짐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어머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옆에 있는 천하에
없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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