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중심의 한국인 식탁에서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은 ‘쌀‘이다. 맛있는 밥은 맛있는 쌀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밥맛만 따지자면 부드러운 백미가 덜 정미한 현미보다 맛있지만, 현미나 발아현미, 배아 부위(쌀눈)를 남기고 쌀겨만 제거한 배아미가 건강에 좋은 쌀이다. 백미에 들어있지 않는 식이 섬유와 비타민B군, 비타민 E, 칼슘, 마그네슘 등 성인병 예방에 필수적인 영양소까지 고루 들어 있어서다. 한방학자들이 말하는 위장의 기운을 편하게 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쌀의 기능이나, 영양학자들이 강조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의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쌀은 모두 쌀눈이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를 말한다. 맛 좋은 흰쌀밥보다는 쌀눈과 속껍질의 영양이 그대로 보존된 현미밥이 건강에 좋다는 건 바로 이런 이유. 그러나, 건강에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현미는 거칠어 먹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현미의 까끌까끌한 맛을 보완해 개발된 쌀이 바로 ‘배아미’다.
현미의 까끌까끌함 보완 백미의 부드러움 살려
성인병 예방에 도움주는 비타민·칼슘·미네랄 풍부
배아미는 쌀눈이 남아있는 ‘살아있는 쌀‘로 불린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들이 쌀눈의 영양분을 좀더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개발된 쌀로, 지난해 히트상품이라는 발아현미는 쌀눈의 영양소를 좀더 풍부하게 섭취하기 위해 현미를 물에 불린 후 싹을 틔워 다시 건조해서 판매하는 상품이지만, 배아미는 아예 도정과정에서 현미의 영양을 그대로 담고, 백미의 부드러운 맛을 살린 건강쌀이다.
쌀겨층을 깎는 양에 따라서 5분도미, 7분도미 등으로 쌀의 분도가 나뉘는데, 현미가 1분도라면, 백미는 11분도. 일반적으로 쌀 맛을 좌우하는 분도는 9분도 이상이 돼야 일반 백미와 유사한 맛이 나지만, 즉석 도정기로 깍은 쌀이 7분도에 이르러서는 쌀눈이 대부분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백미로 지은 흰쌀밥을 먹을 경우 필수 영양소가 가득한 쌀눈은 이미 떨어져 나가고 녹말 덩어리만 섭취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러나, 배아미는 일반 정미기의 ⅓가량 압력만을 가해 도정을 하는 저압력 방식의 정미기를 이용해 백미처럼 쌀겨를 많이 깎아내도 쌀눈이 70% 이상 남아 있도록 가공을 한다.
이런 가공 과정을 거치면, 쌀눈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 식이 섬유와 가바 등 영양소가 60∼70%가량 보존된다.
특히 쌀눈에 함유돼 있는 가바(GABA, 아미노산의 일종)는 뇌세포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성분으로 기억력 증진, 고혈압 개선, 혈액 중의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주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여 주목받고 있는 영양소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배아미로는 일본산 ‘타마키 하이가’(TAMAKI HAIGA)와 한국산 대가원의 ‘쌀눈예찬’이 대표적이다. 타마키 하이가는 일본의 명품 쌀인 코시히카리를 사용한 건강 배아미다. 밥이 식은 후에도 딱딱해지거나 찰기를 잃지 않는다는 코시히카리 쌀을 취급하는 타마키가 쌀눈을 뜻하는 일본어 ‘하이가’를 붙여 출시한 배아미로, 15파운드 19.59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최근 출시된 한국산 배아미 쌀눈예찬은 찰진 밥맛을 유지하면서도 쌀눈을 90% 이상 보존한 게 특징으로, 가격은 5파운드 3팩에 14.99달러 선이다
이처럼 쌀눈이 살아있는 쌀, 배아미로 밥을 지을 때 특수 가공까지 거쳐 보존한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하려면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쌀은 살짝 씻어야 한다. 배아미는 2∼3회 헹구는 선에서 쌀 씻기를 끝내야 하는데, 평상시처럼 쌀을 세게 씻으면, 쌀눈이 떨어져 나가 물에 녹기 쉬운 영양소가 유실돼 건강쌀의 기능을 잃게 된다. 요즘 ‘씻지 않는 쌀’로 유명한 일본산 무세미(musenmai)나 해태 백세미 역시 최첨단 공정을 거친 청결미로 밥 영양의 보고라는 쌀눈을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씻으면 이런 영양소들이 손실된다.
둘째, 타마키가 권하는 쌀과 물의 비율은 1대1.25로 하고, 쌀을 헹군 후 30분 정도 불려두었다가 밥을 하면 좋다. 또한 일반적인 밥짓기보다 뜸을 조금 더 들이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지루시(Zojirushi) 전기밥솥 중에는 무세미나 백세미로 밥을 짓는 버튼(prewashed or rinse free)이 있는 것처럼 배아미로 밥을 짓는 버튼(GABA brown)이 있는 밥솥이 나와 있다.
마지막으로 쌀은 일반적으로 도정 후 15∼20일 정도가 지날 경우 영양소 및 맛이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쌀눈예찬을 생산하는 대가원은 개봉 후 30일 이내 도정 후 60일 이내에 소비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어떻게 보관을 하느냐에 따라 유통기한이 달라지므로, 남은 쌀은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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