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앞두고 대학생들에겐 서머잡을 찾는 것도 꽤 노력이 든다. 나는 주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거의 매년 여름 학생 인턴을 데리고 일할 기회를 갖는다. 상당한 보수를 받고 오는 인턴도 있고 정치적 컨넥션을 가진 부모 덕분에 오는 인턴들도 있다.
멀리 한국에서부터 미국 공공기관 근무 경험을 갖기 위해 자비를 들여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인턴들을 데리고 일해 보면 장래가 기대되는 학생도 있고 일거리를 주기에 부담이 되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부서에서는 인턴이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시켰는데 검산결과 오류투성이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모 연구 기관에서는 인턴들이 허구한 날 문서 카피 머신에만 매달려 있다가 여름을 다 보냈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인턴을 배정 받으면 그 학생이 한 여름동안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해서 그 성취를 이력서에 남길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노력한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한 아랍계 여학생은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아파서 결근한 시간 대신 동네 도서관의 문헌들을 데이터 베이스에서 샅샅이 찾아서 프린트해 오기도 했다. 이 여학생과 준비한 프로젝트가 연방 주택도시개발부의 그랜트를 받았었다. 이 여학생은 나의 지도로 배운 컴퓨터 기술로 졸업후 취업했다가 법대에 가서 변호사가 되었고 주정부에 취업하겠다고 지원을 했다.
기업이건 정부건 고용주나 행정 책임자라면 누구나 이런 젊은 사람을 데리고 일하고 싶어한다. 특히 정부에서는 일반 대기업체 만큼 보수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재능 있고 헌신적인 인재들을 오래 데리고 있기 어렵고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좋은 인턴을 발견하면 그 학생이 졸업한 후에도 유치하고 싶어한다.
정부에서 13년간 일한 나는 한국계 젊은이들이 공직에 더 진출하기를 기대하지만 보통 한국계 젊은이들은 현금 수입이 적은 하위 공직에서 출발하여 견디지 못하고 떠나 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젊은이들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지 않는다. 물론 일리노이 주지사실에서 인턴으로 시작한 일부 학생들중 몇 년간 참으며 정부에서 배운 지식과 얻은 인맥으로 장족의 발전을 한 경우도 보았다.
인턴십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재미한인사회의 수많은 장학기금을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사용하자고 제의하려는 목적에서이다. 재미 한인사회엔 이제 장학사업이 흔해져서 별별 단체, 지방향우회, 종친회, 중고등학교 동창회, 교회 단위의 장학금까지 번지고 있다.
액수가 많지도 않은 장학금을 수혜자 수를 늘여 나누어 주니 받는 학생에겐 약간의 비용을 보태주는 데서 그치는 성과가 모호한 경우도 흔하다. 장학금액이 충분하기 보다는 출원 단체수가 많은 이유는 입력보다 출력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입력이란 장학금 투자액이고 출력이란 장학금을 수여했다던가 장학생으로 선발됐다는 크레딧이다. 거기다가 장학기금 모금을 빙자한 골프대회까지 겹치면 교육에 큰 가치를 둔 우리 문화에도 맞아 장학 프로그램 보람은 물론 재미도 있는 것이다.
장학 프로그램을 뭉뚱그려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어떤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한다던가 특수한 사명 하에 성과를 측정할수 있는 장학사업은 장려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동기는 긍정적이지만 독특한 목적이 없이 단지 “우리도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크레딧을 출력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그 성과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계 대표적 시민조직으로 미전국에 80개 지부를 둔 중국계 미국인협회(OCA)는 매년 전국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 외에 워싱턴 서머 인턴십을 후원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약 2개월간 OCA에서 생활비를 받고 연방 정부나 의회에서 서머 인턴으로 근무하며 세계의 수도에서 지도자들 사이에서 경험을 쌓는다. 소액의 여러 장학금 프로의 자원을 합쳐서 공동 인턴십에 투입하는 것도 성과를 목표로 하여 장학사업을 연장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공생 협동 훈련 방법의 실천이다.
학생들은 서머잡으로 맥도널드에서 용돈이라도 벌어야 될 형편이 아니면 공공 기관에서 보수가 없더라도 인턴십 경력을 쌓는 것이 인생의 마일리지를 높일수 있는 길이다. 그런 인재 훈련이 당사자들은 물론 커뮤니티에 장기적으로 회수해올 베니핏은 여기서 상론하지 않아도 이해될 것이다.
이윤모
일리노이주 인권국
연구개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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