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평통 수석부회장)
최근 뉴욕한인회(이하 한인회)의 회장선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4년 전에 경선이 있었고, 2년 전에 현 김회장이 단독 출마하여 무투표 당선되었다. 이번에는 경선이 예상 되었으나 선관위의 상식에 어긋나는 편파적 결정으로 결국 경선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민생활에 바쁜 동포들을 투표장으로 동원하는 법석을 떨지 않고 부질없는 선거비용의 낭비가 없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소위 40만 동포를 대표한다는 한인회장이 결정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한인회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그 정통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지난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동포사회는 인구 팽창과 더불어 우후죽순처럼 발생한 여러 지역의 한인회들과 각종 직능단체들의 출현으로 동포사회의 각계 각층을 대변하는 실세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지역 한인회 및 직능 단체들은 제각기 고유한 업무가 있을 뿐 아니라 자기들의 독자적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동포사회의 대표기구로 자처하는 한인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인회가 구태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고 이와 같은 동포사회의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변화로부터 그 위상과 정통성이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지역 한인회 협의회 및 직능단체협의회가 연합하여 총연같은 기구를 창설한다면 한인회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 아래서 한인회가 소위 40만 동포사회를 대표한다고 계속 주장할 수 있으려면 현재 동포사회의 실세들을 한인회의 중추기관인 이사회로 끌어들이는 한인회의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이사회를 회장을 선출하고 한인회의 현안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기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 회칙에 의하면 소위 40만 동포사회를 대변한다는 한인회가 고작 아무런 대표성도 없는 불특정 한인 300명의 정족수로 총회를 열어서 회칙도 개정하고 회장도 뽑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말도 안되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총회는 40만 동포가 모두 참석할 수 없으므로 매 2년마다 회장을 뽑기 위해서 법석을 떨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뿌려야 하는 직선제는 자질과 뜻을 겸비한 인사들의 한인회장 후보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선거비용이 안드는 간선제가 되면 단독 후보 현상은 자연
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동포사회에 인재가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 경선 후보자가 없어 단독 후보자가 무투표 당선이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 현상은 이러한 장애요인 때문이며 동포사회의 실세 구조가 바뀜에 따라 한인회의 위상과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는 증상이다.회칙개정위원회가 마련했다는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알려진 개정 내용은 한 마디로 이러한 동포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솔직하게 수용하는데 실패한 것 같다.
한인회가 무슨 통치기구라도 되는 양 오히려 그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감이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몇 사람 밖에 안된 것을 보면(4월 13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보도, 2차 공청회에 참석자 수는 한인회 관계자 3인을 포함 8명에 불과함), 이번 공청회는 동포사회의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청회 이전에 회칙개정위원회는 문제의 핵심인 직선제와 간선제에 대한 범동포적 토론과 그에 대한 여론조사를 병행했어야 마땅하다. 막후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짜낸 안이 동포사회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개정회칙이 확정되면 한인회 산하에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분규조정위원회, 역대 회장단 협의회, 단체장협의회 등은 그럴싸하게 들리는 새로운 기구들로 보이기는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알맹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선관위가 제대로 구성되고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분규조정위원회 같은 기구가 왜 별도로 필요하겠는가?
역대 회장들을 예우하는 것은 좋으나 역대 회장협의회라는 수렴청정 기구를 따로 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단체장 협의회는 총연의 의미를 갖게 되면 현재의 한인회를 대체할 수도 있는 기구로 볼 수 있
다. 그러나 단순히 한인회 산하에 두고 자문만 구하겠다고 한다면 자기들과 무관할 뿐더러 대표성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뽑힌 한인회장의 지휘 아래 제각기 고유의 업무와 예산을 가진 단체들이 얼마나 참여할 의욕이 생길지 의문이다.
동포사회의 실세 단체들을 참여 시키려면 그들에게 회장을 뽑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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