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수많은 도전자중 오직 한 사람만이 선택되는 자리이자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요구되면서도 부와 명예가 동시에 보장되는 자리다. 그래서 모든 직장인들의 선망이 되는 자리다.
그런 CEO들이 요즘 수난기를 맞고 있다.
4반세기 동안 디즈니 제국을 이끌어왔던 마이클 아이즈너 월트 디즈니 회장, ‘세계 최고의 여성기업인’으로 불리던 칼리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 보험을 미국 사회의 한 분야로 만들었던 모리스 그린버그 AIG회장, 747 점보제트기 신화의 주역 해리 스톤사이퍼 보잉사 회장 …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스타급 거물 CEO들이 불과 지난 몇 주 사이에 줄줄이 자리에서 낙마했다. 올들어 주인이 바뀐 CEO 자리만도 무려 100개가 넘는다.
이들 CEO들이 자리를 떠난 이유는 경영실적 책임, 불법행위 연루,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다양하다. 그러나 수십년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이들의 자리를 단칼에 박탈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동안 CEO 앞에서 감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이사회의 이사들이다.
지난 40년간 AIG에서 전권을 행사했던 그린버그 회장은 이사들을 향해 “보험의 ‘보’자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지만 이사회가 그린버그의 이면거래 의혹을 물고 늘어져 결국 AIG를 떠났고, 아이즈너 월트 디즈니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사들에게 “이사회의 이사자리라도 보장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9명의 이사장 8명의 이사들이 경영실패를 이유로 외면, 지난 25년동안 분신처럼 여겨왔던 디즈니를 영원히 떠나게 됐다.
이같은 CEO들의 수난은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한인은행 최초로 CEO 연봉 100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나라은행 벤자민 홍 전 행장이 2년전 보너스 지급을 둘러싼 회계관리상의 문제로 결국 이사회로부터 이사직 사임요구를 받고 은행을 떠났다.
지주회사와 사외이사제를 처음으로 도입, 나라은행 이사회를 주도했던 홍 전행장이 자신이 직접 뽑고 구성한 뱅콥이사회의 결정으로 은행을 떠나게 된 것은 충격과 함께 최근 달라진 이사회의 분위기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모 은행은 지난해 말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 스톡옵션 지급을 건의했다가 이사회가 뒤늦게 CEO가 보유한 주식수가 다른 이사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발견하고 호되게 질책, 이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최근 해고당했거나 이사회의 견제를 받고 있는 CEO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이사회나 투자가들을 무시하고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제왕적 CEO형’이라는 점이다. 상장기업들을 감독하는 증권감독위원회(SEC)의 윌리엄 도널슨 의장이 “미 기업의 CEO들은 그동안 경영자가 아닌 전제군주(Monarch)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무소불위의 제왕적 CEO상은 엔론사태 등 대형 회계부정 스캔들과 그 결과로 제정된 샤베인스-옥슬리법 이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이에 맞춰 이사회와 투자가들의 시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CEO의 위세에 눌려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사회가 경영진을 건설적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사회내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투자가들도 주주총회 위임장(Proxy)을 자세히 눈여겨보면서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결국 CEO에 대한 평가의 잣대가 보다 엄격해지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 성과에서 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경영의 투명성 및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CEO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사회와의 건설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사회가 단기적인 실적만으로 CEO를 평가하고 사사건건 경영에 지나친 간섭을 한다면 그 회사는 방향 잃은 배가 되기 십상일 것이다.
CEO는 투명한 방법으로 회사의 수익 창출과 주주 및 투자가들의 이익을 위해 매진하고 이사회는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 전략으로 보완하는 상호 건설적인 관계가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권기준<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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